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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귤껍질이 최고급 향신료?



옛날 서양에서 후추는 값비싼 향신료였다. 통후추 한 알 값이 같은 크기의 금값과 맞먹을 정도였으니 부자 아니면 감히 맛볼 엄두조차 못 내는 양념이었다.

동양에서는 귤껍질이 그랬다. 귤 수확을 기념해 과거시험까지 치를 정도였으니 귤껍질 역시 함부로 버리기는커녕 최고급 양념으로 쓰였다. 조선시대에 일본을 비롯해 인접국과 교류한 기록을 적은 책이 '증정교린지'다. 여기에 일본을 방문한 통신사 일행이 현지에서 귤껍질 세 포대를 선물로 받았다고 나온다. 지금 같으면 쓰레기 세 봉지를 받은 꼴이지만 당시에는 귀한 선물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귤껍질을 향신료로 이용했다. 6세기 중국 농업서인 '제민요술'에도 고기와 생선은 귤껍질을 사용해 요리한다는 기록이 보인다. 맛있는 요리를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금제옥회라고 하는데 '옥회'는 생선회로 썰어놓은 생선살이 옥처럼 희다는 뜻이고 '금제'는 회와 함께 먹는 양념장이다. 금빛 향신료를 버무려놓았다는 뜻으로 귤껍질을 잘게 다져서 겨자와 함께 무친 것인데, 노란 귤껍질이 황금처럼 빛나서 금제라고 했다.

귤껍질이 이렇게 귀했으니 귤껍질차 역시 먹고 남은 귤의 껍질을 재활용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왕과 양반 부자만이 마시는 고급 차였고 약이었다. 한겨울에 영조가 감기에 걸리자 약방에서 끓여 올린 것이 귤강차(橘薑茶)였다. 귤껍질과 생강으로 끓인 차로 '본초강목'에 귤껍질은 기침과 가래를 없애는 데 좋다고 했으니 최고급 감기약이었던 것이다.

귤이 한창 맛있을 때다. 옛날 고급 향신료로 감기도 예방하고 겨울의 운치도 맛보는 것은 어떨지….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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