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등 3대 국정목표를 내걸고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첫 1년을 보내게 됐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 대체로 저성장의 그늘 아래 소모적인 정쟁으로 힘겨운 나날이 이어졌다. 국정원 댓글 등 대선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극단적인 대립을 보이면서 대치 정국으로 치달았다. 이 바람에 경제민주화를 비롯해 부동산, 경기회복 등 민생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물론 미국, 중국에 이어 EU(유럽연합) 국가들과 정상외교를 알차게 벌였고 대북 대응도 원칙을 살려가며 새로운 관계를 찾고 있다. 덕분에 외교안보부문에서는 국민들로부터 어느 정도 신뢰를 얻고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안정선을 유지했고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민주당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줄곧 지켰다.
그러나 지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나 기대는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내려가고 있다.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코레일만 해도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실험하는 중이다. 그 대신 아직 창당도 되지 않은 '안철수 신당'이 예상을 깨고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민주당에서 돌아서는 점도 있으나 부동층이 상당수 가세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가운데 새누리당의 분위기는 너무 한가하다.
집권 2년째를 맞는 박근혜 정부는 다가오는 갑오년 새해에 특단의 리더십을 펴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들이 힘겨워하는 것은 경제적인 고통도 있지만 정치적 혐오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역할과 대통령의 역량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장외 집회 등 어느 부문에서는 야당의 행태를 배우려는 기미도 엿보인다.
이제 대다수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정치역량을 갈망하고 있다. 우리와 정치문화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비교하려는 국민 정서가 강하다. 지금과 같은 정치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야당이 주장하는 '불통 대통령'이 고착화될 수도 있다.
마침 얼마 전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새해의 각오를 밝히면서 "120년 전 갑오개혁은 실패했지만 이제는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년 초 연두 기자회견에서는 새로운 국정방향 제시도 중요하지만 특히 정치발전, 노사정관계, 서민경제 대책 등 당면한 문제에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