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한국 스포츠는 한층 더 성장했다. 국내·외 무대에서 골프를 비롯해 야구와 축구 선수들의 뛰어난 활약이 돋보였다. 국내 프로야구 기록 경신과 메이저리그·유럽축구 등 태극 남매들의 소식에 5000만 국민들의 가슴은 쉼 없이 뛰었다.
◆프로야구 기록경신
삼성 라이온즈는 사상 첫 3연속 정규시즌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첫 3연속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통합 3연패를 이끈 류중일 감독은 3년 계약기간을 마치면서 삼성과 계약기간 3년, 계약금 6억원, 연봉 5억원 등 총액 21억원의 최고 대우로 재계약했다.
선수 개인으로는 넥센 박병호의 활약이 눈부셨다. 박병호는 홈런(37개)·타점(117점)·장타율(0.602) 2년 연속 1위에 득점왕(91점) 타이틀까지 추가하며 타격 4관왕을 차지해 2년 연속 MVP를 수상했다. 2년 연속 MVP 수상은 선동열·장종훈·이승엽에 이어 역대 4번째이다.
또 시즌 뒤 15명의 선수가 계약 총액 523억5000만원으로 역대 최초 '500억원대 시장'을 열었다. 강민호가 롯데와 종전 역대 최고액이었던 심정수(전 삼성)의 4년 60억원을 깨면서 총액 75억원에 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FA 대박 계약이 쏟아졌다. 역대 FA계약 순위가 1위부터 4위까지 새로운 인물로 뒤바뀌었다.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명문구단 한신과 2년간 계약금 2억엔, 연봉 3억엔, 연간 옵션 5000만엔 등 최대 총액 9억엔에 입단 계약을 했다. 2년 전 이대호가 오릭스에 입단할 때 받은 총액 7억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사상 첫 9구단 체제로 치러진 가운데 막내 NC 다이노스의 돌풍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를 거쳐 올해 1군에 데뷔한 NC는 승률 4할(0.419·53승72패4무)을 넘어서며 7위에 올라 선전했다.
또 외국인선수 제도도 바뀌었다. 외국인선수의 경기 출장 인원을 현행 2명 등록, 2명 출장에서 3명 등록, 2명 출장으로 확대됐다.
◆여자 골프 LPGA 평정
'태극낭자 군단'은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9승을 합작해 부활을 알린 데 이어 올해는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활약을 앞세워 11승을 일궈냈다.
한 시즌 최다우승을 거뒀던 2009년의 12승에 버금가는 활약이다. 박인비가 혼자서 6승을 거두며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2001년과 2002년에 세운 한 시즌 최다승(5승)기록을 뛰어넘었다. 이일희(25·볼빅)와 양희영(24·KB금융그룹)이 생애 첫 우승을 맛보며 한국 여자 골프는 한층 두터워진 선수층을 보유하게 됐다.
당시 아마추어 자격으로 캐나다여자오픈 2연패에 성공한 리디아 고(16·한국명 고보경)의 발굴도 큰 성과였다.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타이틀홀더스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그는 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스윙잉스커츠 월드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프로 첫 우승을 거두며 기대감을 남겼다.
◆'포스트 박지성' 해외파 일취월장
1000만 유로(약 145억원)의 높은 이적료로 독이리 프로축구 바이어 레버쿠젠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21)의 상승세가 무섭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 유럽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새 역사를 썼다. 분데스리가에서 선정하는 주간 베스트11에도 2주 연속으로 이름을 올리며 무서운 기세를 과시했다.
기성용(24·선덜랜드)과 김보경(24·카디프시티)도 영국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팀 중원의 핵으로 자리매김한 기성용은 18일 캐티탈원컵 8강 첼시전에서 극적인 역전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조세 무리뉴(50) 첼시 감독은 "기성용은 선더랜드의 키 플레이어다. 창의성을 막아야 한다"고 극찬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인상 깊은 헤딩 동점골을 터뜨린 김보경도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며 큰 기대를 부르고 있다. 브라질월드컵을 기대하게 하는 '포스트 박지성'들이다.
◆K리그 각본없는 드라마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는 각본으로 짠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었다.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는 1일 울산문수구장에서 현대오일뱅크 2013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40라운드 최종전을 치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울산(승점 73)은 포항(승점 71)에 승점 2점 차로 앞서 있었다.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 트로피는 울산의 몫이었다.
이날 경기는 정규시간 90분이 다 지나도록 골은 나오지 않았다. 0-0 무승부와 함께 울산이 우승 축포를 터뜨리려는 찰나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후반 추가시간 김원일이 결승골을 뽑아내며 포항에 챔피언을 확정짓는 승리를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