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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63>생뚱한 표석, 엉뚱한 지명들





인천 도원역에서 내려 길을 걷다 보면 한자로 '한국철도 최초 기공지'라 새겨진 표석을 만날 수 있다. 지난 1897년 3월 22일부터 건설하기 시작해 2년 뒤 개통한 한국 최초의 철도 '경인선'의 기공식 터를 알리는 표석이다.

그런데 사실 그곳은 경인선 기공식이 열린 곳이 아니다. 표석에서 동북 쪽으로 약 400m 떨어진 쇠뿔고개 언저리가 정확한 기공식 현장이다.(사진) 기공식이 열린 바로 그 자리에 표석을 세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수 있지만, 저간의 사정을 함께 기록해 두지 않으니 한국 최초의 철도가 어디서부터 놓여지기 시작했는지 시민들은 알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인천에는 잘못된 위치에 세워진 표석뿐만 아니라 엉뚱한 지명들도 적지 않다. 도원역 남쪽의 도원동 일대를 걷다 보면 '도산 1길'이나 '도산 2길' 등의 거리명이 적힌 이정표를 볼 수 있다. '도산'은 일제강점기 때 이 동네의 이름이었던 '모모야마(桃山)'를 단순히 한글화한 결과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송도'도 비슷한 경우다. 인천일보 주필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조우성 선생에 따르면 송도 일대는 애당초 '옥련리'라 불렸다고 한다. 그랬던 것을 중일전쟁 직전인 지난 1936년, 일제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무공을 세운 일본 군함 '송도호'의 이름을 따 '송도정'으로 개칭해 전의를 불태웠다는 것이다.

물론 해방 직후인 1945년 송도정이 '옥련동'으로 되돌려진 적은 있다. 그런데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 연수구청이 신도시 이름으로 일제의 침략성이 녹아 있는 이름 '송도'를 낙점해 버려 참 아이로니컬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물론 해방 뒤라고 모든 지명을 바꾸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인명에도 여자 이름 속의 '아들 자'자나 남자 이름 속의 '수컷 웅'자 등 일제의 흔적들이 여러 방식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제국주의와 침략의 역사가 녹아 있는 이름이라면 경우가 다르지 않을까? 유독 인천에 생뚱맞은 자리에 세워진 표석이 많고 일제의 지명마저 다시금 살아나고 있는 이유,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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