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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먹느냐, 마느냐" 복어 논쟁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숙부에 대한 복수를 놓고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한다. 어머니를 생각해 소극적으로 현실을 회피할 것인가, 아버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상황을 돌파할 것인가의 갈등이다.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동양의 시인과 선비도 수백 년에 걸쳐 심각하게 고민하고 망설였다. 맛은 좋지만 치명적인 독이 있는 복어 요리를 앞에 놓고 갈등하며 주저했다. 지금은 고민거리도 아니지만 예전에는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낭만적인 시인들은 죽음 앞에서 용감했다. 중국 최고의 미식가로 꼽히는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목숨과 바꿔도 좋을 맛"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우리 '동국세시기'도 "미나리와 기름, 간장을 넣고 끓인 복어 국은 진미"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라도 천하 제일의 맛에 도전해야 한다는 낭만주의자들과 달리 실용적인 조선의 실학자들은 사소한 것에 쓸데없이 목숨 걸지 말라며 복어를 경계했다. 정약용은 "복어는 독이 있으니 젓가락을 대기도 전에 소름부터 돋는다"며 복어를 멀리했고, 정조 때의 실학자 이덕무 역시 "복어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하지만 잠깐의 기쁨을 얻겠다며 음식 따위에 목숨을 걸지 마라"고 말렸다.

신선의 음식에 버금가는 천하진미를 맛보지 않고 평생을 아쉬워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그까짓 사소한 음식 하나에 목숨 거는 어리석은 짓을 할 것인가?

복어 논쟁은 옛날이야기만이 아니라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화두가 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욕심부리지 않고 현재의 소중한 것을 지킬 것인가?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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