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염원이 녹아 있는 성공회 강화성당
강화도에 가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옥' 성당이 있다. 지난 1900년에 세워진 정면 네 칸 측면 열 칸짜리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이다.
내부 구조는 서양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나무를 짜맞춘 구조나 기와지붕 등은 흡사 우리네 불교 사찰이나 전통 한옥을 연상케 한다. 목재도 백두산 원시림에서 가져다 쓴 것으로 전해지고, 건물 설계는 경복궁 중건 공사에 참여했던 목수가 맡았다고 한다. 성당 뒤쪽에 있는 사제관 역시 여느 양반가의 한옥을 닮았다.
일제강점기에 징발됐다가 해방 뒤 다시 만들어 매단 종은 몸통에 십자가를 조각해 넣지 않았다면 영락 없이 불교 사찰의 범종이라 생각할 만하다. 벽면이나 용마루 위에도 십자가 문양을 넣지 않았다면 누구도 성당의 그것이라고 알아차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또 한쪽에는 강화도 온수리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1906년에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난 알마 수녀를 기리는 기념비도 자리하고 있다. 당시의 기념비라고 하면 남성들의 것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이곳엔 봉사에 헌신하던 수녀를 기리는 비가 있어 이채롭다.
위화감보다는 소박하고 친근한 한옥의 모습을 하고 있는 성공회 강화성당의 비밀? 아마도 병인양요나 신미양요 등 여러 차례의 외침을 거치면서 외래 문물이나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강화도였기에 최대한 전통 건축 양식을 따라 지은 걸로 보인다.
그렇다고 강화성당이 지나간 역사만 녹아 있는, 한갓진 문화재로서 서있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10년에는 성당의 정문 계단 난간이 복원되기도 했다. 1943년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벌이면서 쇠로 만든 계단 난간을 강제로 떼어간 적이 있는데, 일본성공회의 성직자와 신자들이 일제가 일으킨 침략전쟁을 참회하고 한일 양국의 진정한 화해를 위한 마음을 담아 난간 복원 사업을 벌인 결과다.
서양 종교의 초기 전래 상황을 보여주는 동시에 동아시아 평화 공존의 염원이 녹아있는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그러나 2014년 새해 벽두의 동아시아는 그리 평화롭지 못한 듯하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