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담배 폐해와 관련된 충격적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의 건강 영향 분석 및 의료비 부담' 연구 결과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130만 명을 19년 동안 추적 관찰한 연구인데 연구 결과 흡연자의 암 발생 위험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최대 6.5배 높았으며 특히 흡연과 관련된 진료비 지출이 35개 질환에서 연간 1조7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규모는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한 달 건강보험료와 맞먹는 수준으로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확대 재원이 5년간 약 9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흡연 손실액 보전이 건강보험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내가 매달 낸 건강보험료가 흡연으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진료비로 지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또 현재 우리나라 흡연자들은 담배 한 갑을 살 때마다 354원의 건강증진 부담금을 내고 있다. 하지만 연간 1조7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천문학적인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유발하고 있는 담배회사는 단 1원의 부담금도 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우리나라 흡연 피해자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적은 없다. 그런데 선직국에서는 담배 소송과 관련한 의미있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미국에서는 1998년에 49개 주정부와 4개 담배회사가 흡연으로 인한 2460억 달러(한화 약 260조원)의 배상액 합의를 진행했다. 캐나다의 경우는 '흡연으로 인한 손해 배상'을 목적으로 주정부들이 '담배 손해 및 치료비 배상법'을 제정했으며 지난해 5월 온타리오주에서는 이 법에 따라 500억 달러(한화 약 53조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됐다.
우리나라 개인 소송의 한계와 해외 담배 소송 사례를 감안할 때 담배 소송은 개인이 서울특별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해야 훨씬 효과적인 것이다. 이와 함께 담배 사업자의 수익금 중 일부를 흡연 피해 치료 비용에 사용하는 내용의 입법도 추진해야 한다.
현재 건보공단에서 담배로 인한 손실액을 보전하기 위해 담배회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또 건보공단은 국민의 건강권 보호의 책임이 있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아울러 흡연으로 인한 재정 손실액을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노인 틀니, 노인 치매 등에 투입해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건강보험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대한노인회 역시 건보공단의 정책에 뜻을 같이 하고 적극 동참할 것이다. 글/황인한 대한노인회서울시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