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중 최대 관심사는 역시 '소통'이었다. 물론 당면 국정 운영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지난해 여야 관계를 지켜본 국민들의 관심은 얼어붙은 정국을 대통령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모아졌다. 회견 도중 소통에 관한 질의응답에서 박 대통령은 "원칙에 어긋나는 입장에서 소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못 박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 최고 통치권자로서 야당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고 원칙과 상식을 벗어난 말이라도 때로는 살펴야 마땅하다. 최근 여당 중진인 김무성 의원이나 상임고문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의 소통을 주문하고 있다. 심지어 정무장관을 새로 둬야 한다는 건의도 있다. 이러한 제안은 냉각된 정국을 대통령이 풀지 않고서는 국정 난제를 원만하게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은 국회가 거의 식물상태에서 허송세월을 보냈다.
올해는 박 대통령이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실천의 첫 해가 된다. 경제혁신의 핵심을 이루는 공공개혁은 여러 부분에서 충돌할 소지가 많다. 코레일 파업에서 볼 수 있듯 노사관계가 공기업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도 한 차례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해 집단 간에 밥그릇 싸움이 적지 않게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난제는 무엇보다 국민들과의 소통으로 풀어야 하고 특히 야당의 협력이 따라야 가능하다. 지난 어두운 시절에도 박정희 대통령은 나름대로 소통의 채널을 가동시켰다. 청와대 참모진은 물론 국가기관을 통해 귀를 열어놓았다. 여기에다 집권 내내 각계각층과 폭넓은 접촉과 대화를 통해 민심을 살폈다. 기업인과 근로자, 농민에 이르기까지 속마음을 읽는데 열성을 보였다. 물론 집권 말기에는 그렇지 못해 비운을 맞았다는 평가는 있다.
이제 대통령은 국정의 중심에 서서 정치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 자신은 물론 참모들을 통해 민의를 수렴하고 야당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청와대 정무수석의 존재 의미도 희미해진 지 오래다. 정치는 원칙만 갖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타협이 이뤄져야 생동할 수 있다. 자신의 주장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국민이나 야당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실행하기 어렵다. 대승적 차원에서 대통령의 소통이 이뤄져 불통의 이미지를 씻어야 국정의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법치와 원칙을 중시하지만 한비자(韓非子)가 말한 "법치의 완성을 정치의 목적으로 보았다"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