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방(짤림 방지)'이란 이미지가 SNS에서 인기다. 이는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 A에서 비롯됐다. A는 이용자가 갤러리의 주제에서 벗어난 이미지나 글을 올리면 가차없이 짤림(삭제) 처리했다. 이용자들은 이런 규칙을 피하고 싶었고, 자신의 글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짤림을 피했다. 이런 놀이(?)는 어느 새 10년이 됐고, 최근 짤방은 긴 글을 쓰기 귀찮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기분을 이미지로 대신하는 도구로 변화됐다. 주로 엽기적 이미지나 희극적 이미지를 사용해 대화하는 또 하나의 소통 방법이 된 셈이다.
2013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주목 받은 작품은 폴라 슈쳐(Paula Scher)의 타이포그래피였다. 폴라 슈쳐는 단어에는 의미가 있고, 활자에는 감정이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면 극적인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즉, 단어와 활자를 시각화시키면 전달 효과는 배가되고, 이해에 대한 상호간의 오차 범위도 줄어든다는 생각이다. 하나의 이미지 안에서 다양한 것들을 읽을 수 있고, 그것은 특정 사실에 대해 각자의 시각을 지키면서도 암묵적 동의를 이루게 하는 원천이기도 한 것이다. 마주 보고 앉아 긴 대화를 나누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일민미술관에서 '애니미즘'이란 주제의 전시가 한창이다. 이 전시회는 일민미술관이 그 동안 시각문화를 통해 인문학적, 문화적 담론을 만들어내 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직관적 시각화로 드러나는 애미니즘은 지금까지 합리와 이성으로 대변됐던 사회에서 배척되거나 무시됐었기 때문이다. 반면, 토착문화의 파괴에 대한 저항과 애니미즘을 둘러싼 세계의 이면에서 인류가 가야 할 새로운 정치성이 찾아지고 있다. 원시부족적이라 일컫는 것들에서 수퍼 모던(Super Modern)을 읽을 수 밖에 없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인류는 세상에 대한 정보처리 능력에서 절정에 이르고 있다. 긴 얘기를 싫어하고, 중언부언을 격멸하고, 두서 없는 컨텐츠에 철퇴를 가한다. 덕분에 다의적, 중의적 해석이 담기는 강렬한 이미지에 빠지고 있다. 하나의 이미지로 History를 읽고, 그것을 나만의 Story로 만드는 것만큼 짜릿한 경험도 없다. 최근 들어 사진전이 각광 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 장의 사진에서 읽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무한대에 가깝다. 모르긴 해도 지금의 흐름이라면 말 대신 그림이 소통의 주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러다 동굴벽화를 남기게 되는 건 아닌지. /인터패션플래닝 박상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