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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굴과 샤블리



굴은 겨울을 대표하는 보양식이다. 굴에 포함된 철분 구리 칼슘 미네랄은 빈혈을 완화시키고 정력을 강화시킨다. 여성의 피부미용에도 좋고 낮은 칼로리로 인해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

굴은 여름철에는 독성이 강해지기 때문에 피한다. 영어 표기로 알파벳 'r'자가 표기된 달(9월부터 이듬해 4월)에만 굴을 먹으라고 한다. 그러나 'r'자가 표기된 달이라도 9월이나 4월에 굴을 즐기는 사람은 드물다. 대개 11월부터 2월까지 겨울철에 즐기는 음식이다.

문제는 굴 자체에서 나는 비릿한 향과 맛 때문에 굴 요리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는 점. 굴 고유의 향만 없다면 누구나 즐기는 건강식으로 손색이 없다.

대개 비릿한 맛을 없애기 위해 레몬즙을 뿌린다. 레몬은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회나 구이 등 여러 생선 요리에 즙을 뿌리곤 한다. 레몬의 상큼한 신 맛이 이를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레몬 대신 좀 더 운치 있는 식사를 위해 굴 요리에는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제격이다. 이 대목에서 프랑스 샤블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최고의 와인 산지 부르고뉴의 최북단에 위치해 외딴 섬처럼 독립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곳. 바로 화이트 와인을 빚는 샤르도네 품종의 메카다. 부르고뉴 꼬트도르의 '몽라쉐' 브랜드가 샤르도네 와인의 최고봉으로 꼽힌다지만 와인 생산 지역으로 따지면 샤블리가 첫째다.

이 곳에서는 샤르도네 품종만을 재배한다. 샤블리 샤르도네는 다른 곳과 달리 미네랄리티가 뛰어나 '3S(Stony Steely Smoky)'의 대표 화이트 와인으로 인정받는다. 그 이유는 바로 토질 때문이다.

과거 바다였던 샤블리는 쥐라기 시절 형성된 땅으로 토양 전체가 조개 및 굴 껍질의 화석과 석회석, 백악질이며 여기에 점토가 적절히 포함돼 있다. 점토가 적고 화석 및 석회석 비중이 높은 지역은 특히 키메르지앙(Kimmeridgian) 토양이라고 하며 가장 좋은 품질의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 즉 '샤블리 그랑크뤼' 및 '샤블리 프리미어 크뤼', 그리고 일부 '샤블리'가 만들어진다. 특히 그랑크뤼 와인이 나는 7개 농장은 토질이 거의 조개 및 굴 껍질 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낮은 등급인 '쁘띠 샤블리'는 진흙이 더 많아 별도로 포틀랜디앙(Potlandian)이라고 불리우는 토양에서 나온 화이트 와인이다. 과거에는 이 땅에서는 포도나무를 재배하지 않았으나 샤블리 와인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폭증하면서 와이너리 영역이 확대됐다.

과거 고급 샤블리는 오크통에 장기 숙성했으나 최근에는 스테인리스스틸통에 숙성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오크통에 장기 숙성한 와인은 품질도 좋고 가격도 비싸다. 마치 풀바디의 고급 레드와인을 마시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반면 밀키한 느낌과 오크 향으로 인해 화이트 와인의 본질인 상큼함과 산미를 감퇴시킨다. 그래서 샤블리 와인은 하위 등급으로 내려갈수록 상큼함과 신 맛, 과일향이 오히려 풍부해진다. 물론 가격도 더욱 저렴해진다.

와인과 음식의 매칭을 이야기할 때 비슷한 느낌의 음식과 와인이 맺어져야 좋다는 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최상의 조합'이다. 굴 화석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빚은 새콤하고 상큼한 샤블리가 굴 요리와 최상의 조합인 것은 이 때문이다.

간혹 와인 수입업체들이 소비뇽블랑 화이트 와인을 굴 요리와 잘 맞는 것처럼 홍보한다. 소비뇽블랑도 대표적인 화이트 품종이기는 하지만 이 와인은 샤르도네에 비해 풀 내음이 더 강하다. 물론 상큼함과 산도 면에서는 샤르도네보다 상대적으로 강해 굴과 맞추려면 맞기는 하지만 굴 요리에는 아무래도 샤블리 샤르도네다. 특히 샤블리 중에서도 저렴한 하위 등급의 '샤블리'와 '쁘띠 샤블리'가 더욱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바깥 날씨 추운 겨울 밤, 따뜻한 집 안 또는 실내포차 안에서 굴 전을 놓고 시원한 샤블리 화이트와인을 마시는 것을 상상해 보자. 넉넉한 마음에 푸근하면서도 상쾌한 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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