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읽다(윤단우/생각의 날개)
"호세, 당신은 나한테 불가능한 걸 요구하고 있어.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그리고 그 때문에 나를 죽이려고 해."
고전 카르멘에서 나온 카르멘이 호세에서 남긴 마지막 대사다.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고전 카르멘은 자신이 지닌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해 유혹한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팜므파탈의 이야기인 동시에 순정을 바쳤지만 결국 배신당한 후 살인자로 전락하는 순진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윤단우의 신작 '사랑을 읽다'는 이처럼 오랜 시간 대중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받은 '위대한 개츠비', '폭풍의 언덕' 등 15편의 고전에 주목해 사랑이라는 얘기를 풀어낸다. 하지만 책이 말하는 사랑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떠올리는 친밀함, 따뜻함, 배려, 교감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저자는 사랑의 긍정적인 속성에 정면으로 맞서며 고전 작품에 공통적으로 녹아있는 사랑의 파괴적인 속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작품인 안나 카레니나 역시 마찬가지다. 안나는 오빠 오블론스키가 아내 돌리를 두고 바람이 나자 그 둘을 화해시키기 위해 페테르부르크를 떠난다. 그리그 그 여정 중 브론스키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발단·전개·절정·위기·결말의 단계가 있는 소설처럼 그 둘의 사랑 역시 이와 같은 단계를 거치게 되고 안나는 결국 자살을 선택하며 이 이야기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진정한 사랑이 언제나 행복한 삶을 선물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긴 채 말이다.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이 변덕스럽고 제멋대로인 사랑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래서 기대를 배반당하고 사랑에 실망하는 것이 아닌 좀 더 슬기롭고 현명하게 사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사랑에도 또다른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