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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미나리 세배 다녀오세요



"처갓집 세배는 미나리강회 먹으러 간다."

예전, 설날이 지났어도 처가에 인사를 가지 않는 사위를 나무랄 때 쓰던 속담이다. '부인이 예쁘면 처갓집 말뚝 보고도 절한다'지만 며느리한테 시집이 어려운 것처럼 사위도 처가가 편하지만은 않다. 때문에 차일피일 세배를 미뤘던 것인데 속담의 진짜 의미는 설날이 막 지났을 때 나온 미나리가 맛있다는 뜻이다.

미나리는 봄채소인데 왜 하필 설 지났을 무렵의 미나리를 제일 맛있다고 했을까? 절기상으로는 설이 지나면 바로 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엊그제 지났지만 설날에 연이어 입춘(立春)이 있는 이유다. 새봄이 됐으니 미나리가 돋아나는데 달력상의 절기와는 달리 실제로는 한겨울 꽁꽁 언 땅속을 헤치고 나온 미나리니까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향기도 진하고 맛도 좋은 데다 몸에도 좋다. 그러니 뒤늦게나마 세배를 핑계로 처가에 가서 장모가 해주시는 미나리강회를 먹겠다는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봄 미나리가 겨우내 쌓인 체내의 독소를 풀어준다고 믿었다. 때문에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양 3국에서는 모두 입춘 무렵에 미나리를 먹으며 한 해의 건강을 빌었다. 과학적으로도 크게 틀린 믿음은 아니다. 미나리는 비타민 B군과 무기질, 섬유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물이기 때문에 몸의 산성화를 막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옛날, 겨우내 저장 음식만 먹다가 신선하고 향긋한 봄채소, 미나리를 먹으니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기분까지 달라졌을 것이다.

사정이 있어 설날 처가에 가지 못했다면 미나리를 핑계로 세배 한번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아니더라도 향긋한 미나리 한 접시면 입춘 추위쯤 이겨낼 수 있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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