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빙상의 젊은 영웅들이 '소치의 영광'을 향한 질주가 시작됐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24·서울시청)를 필두로 모태범(24), 이승훈(25·이상 대한항공) '빙속 3총사'와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심석희(17·세화여고)가 금빛 행진을 예고하고 있다.
◆ '빙속여제' 이상화
경쟁자가 없다. 올 시즌에만 세계신기록을 연달아 3차례 갈아치운 이상화의 경쟁자는 바로 자신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와 1000m에 출전하는 이상화는 단거리에서 '빙속여제'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지난 시즌 마지막 대회까지 더하면 2013년에만 500m 세계기록을 네 번이나 경신한 이상화는 자타가 공인하는 올림픽 우승후보다.
예니 볼프(독일)·위징(중국) 등이 추격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이상화는 '넘사벽'이다. 대회에 나설 때마다 최고기록 경신이 잇따랐고 최고의 빙질을 자랑하는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와 캐나다 캘거리에서는 연달아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36초36의 기록으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종목에서 처음으로 36초 초반대에 진입하며 경쟁자들은 고개를 떨궜다.
이상화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당시 볼프를 제치고 아시아 여자 선수 사상 첫 금메달이자, 한국 최초의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 획득 후에도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실력을 더욱 향상시킨 이상화가 여자 500m 최강자로서 세계신기록 행진으로 써내려간 상승세를 소치까지 이어가 2연패는 물론 또다시 세계신기록 갱신도 기대해 볼만 하다.
◆ '차세대 여왕' 심석희
17세의 어린 나이와 올림픽 첫 출전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심석희는 엄연히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기둥이다.
경포초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쇼트트랙 유망주로 손꼽힌 심석희는 2012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주니어 무대를 평정하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따돌리고 우승을 거머쥐며 존재감을 알렸다.
시니어 무대에서도 심석희의 질주는 거침없이 계속됐다. 2012-2013시즌 월드컵 시리즈 6대회 연속 금메달 행진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2013-2014시즌도 연달아 메달 행진을 벌이며 10대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놀라운 쾌거를 이어갔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노 골드'로 자존심을 구긴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심석희를 구심점으로 똘똘 뭉쳤다. 심석희는 '올림픽 데뷔전'인 이번 소치에서 자신의 주종목인 1000m와 1500m 금메달을 노린다. 뿐만 아니라 '차세대 여왕'답게 전종목 메달 획득의 꿈을 꾸고 있는 심석희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다시 세울수 있을지 여부도 이번 대회의 볼거리다.
◆ 끝없는 성장 모태범·이승훈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화려하게 비상한 모태범과 이승훈이 4년이 지난 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싹쓸이를 준비하고 있다. 모태범은 지난해 세계 스피드 종목별선수권대회 500m 종합 1위, 1000m 2위 등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승훈은 남자 팀추월로 나서 2013~2014 월드컵 4차 대회 2위를 기록하며 힘을 내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단거리의 간판스타 모태범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1000m 종목에서 초반 스퍼트를 앞세워 금메달을 차지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모태범은 "조금이라도 우승 가능성을 높이려면 경쟁자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첫 200m 구간을 빠르게 통과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모태범은 그 여세를 몰아 한 바퀴를 더 돌아 600m까지 빠르게 통과한 뒤 마지막 1바퀴(400m)를 버티는 게 자신의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이승훈은 오랜 기간 다진 강한 체력과 코너워크 능력이 우수하다. 이승훈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이 같은 강점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들의 올림픽 2연패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때보다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