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여제 3총사'의 선두주자 이상화(25·서울시청)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대회 초반 메달을 기대하던 남자 선수들이 줄줄이 빈손으로 경기를 마친 가운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세계랭킹 1위 이상화가 마침내 한국의 금맥에 첫삽을 떴다. 이상화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1차 레이스에서 37초42로 1위에 이름을 올린데 이어 2차 레이스에서도 37.20을 기록해 종합 74.62로 올림픽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500m에서 연속 금메달을 딴 선수는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1992년), 캐나다의 카트리오나 르메이돈(1998·2002년)뿐이었고, 이상화는 이번 올림픽에서 타이틀을 방어하면서 한국의스포츠 역사는 물론 올림픽 기록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상화의 적은 이상화'라는 말이 경쟁자들에게조차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그는 압도적인 기량을 펼쳐왔다. 4년 전 세계기록 보유자 예니 볼프(독일·76초14)를 0.05초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오른 '깜짝 스타' 이상화는 올림픽 이후 무섭게 성장하며 이 종목 절대 강자로 우뚝 섰다.
2012·2013년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이어 여자 500m를 제패했고 2012~2013시즌 월드컵에서는 8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을 앞둔 2013~2014시즌에는 그야말로 거침없는 쾌속 질주로 세계 빙상계를 놀라게 했다.
이전 시즌 월드컵 6차 대회에서 이미 한 차례 세계 기록을 경신(36초80)했던 이상화는 지난해 11월 월드컵 1차 대회 2차 레이스에서 36초74, 월드컵 2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 36초57, 2차 레이스에서 36초36으로 잇달아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변 없는 챔피언의 진가를 보여준 이상화의 활약으로 침체된 한국 선수단도 활력을 되찾았다. 목표로 내건 금메달 4개의 실질적 후보인 이상화가 제몫을 해줌으로써 후발 주자들도 한결 부담을 덜게 됐다.
이상화의 금메달은 한국의 확실환 금메달 후보인 '피겨 여왕' 김연아(24)와 '쇼트트랙 차세대 여왕' 심석희(17·세화여고)의 스케이트 날을 한층 가볍게 해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