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1952년 대선에 승리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의 내각에 국방장관으로 발탁된 GM 사장 출신 찰스 윌슨(Charles E. Wilson)은 상원의 인준 청문회에서 이 같은 말을 남겼다. 많은 언론들이 앞말은 자르고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라고 보도해 오해의 소지가 있긴 했지만, 이 말은 이 시대를 말해주는 명언으로 인구(人口)에 널리 회자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요즘 상황은 어떨까?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은 현대차가 살아야 우리나라도 산다고 굳게 믿는 듯하다. 현대차가 국내 완성차업계나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그럴싸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보는 시각이 오히려 현대차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이는 많지 않다. 현대차는 여전히 국내 최고의 자동차 기업이고,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친 실적은 세계 5위를 달리고 있으니 글로벌 톱 티어로서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문제는 내수에서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이를 해외 실적으로 메우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비중이 커질수록 위험성은 증가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 브라질, 중국 등의 신흥국 경기 부진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회사에게는 내수에서의 안정적인 점유율 확보가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대차뿐 아니라 국내 완성차업계가 모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급증하는 수입차 판매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근래 현대차의 행보를 보면 경쟁자는 오로지 수입차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시승회에서 설명하는 내용도 그렇고, 보도자료 또한 온통 수입차와의 비교 일색이다. 제품 경쟁력이 좋아진 덕분이기는 하지만, 이는 자칫하면 소비자들이 국산차 전체를 외면하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 "수입 럭셔리 브랜드들은 끼워주지도 않는데 왜 매번 경쟁차로 언급하냐"는 반응이 나오는 걸 봐도 그렇다.
국내에서 수입차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은 바람직해 보인다. 단언컨대, 이러한 과정이 국내 완성차업체를 존폐의 위기에 몰아넣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차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업계의 경쟁력이 그리 허약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입차 판매가 늘수록 국내 업계는 더욱 긴장하고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아차 K9의 품질이 더 좋아지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2006년 5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칼럼에서 "미국의 장래에 GM보다 더 위험한 기업이 있는가? 차라리 토요타가 이 회사를 하루 빨리 인수할수록 미국은 더 나아질 것이다"라는 독설을 내뱉었다.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다"는 말이 나온 지 불과 50여년지 지난 후에 상황이 180도 바뀐 것이다. 한국의 상황은 어떤지 진지하게 되돌아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