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지난주에 열려 '이산의 한(恨)'을 달랬다. 납북어부가족을 포함한 남측 이산가족 82명이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가족과 감격스러운 해후를 했다. 상봉 가족 가운데에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그토록 그리던 가족을 만나 볼을 비비고 가슴이 메어지도록 통곡하는 고령의 이산가족이 심금을 울렸다. 북에 두고 온 딸을 만나려던 90세의 어느 할머니는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다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2차 대전 이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는 뭐니 뭐니 해도 이산의 아픔이 너무나 크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6.25전쟁과 분단으로 60년이 넘게 생이별한 사연은 생각만 해도 있을 수 없는 비극이다. 이미 가족을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진 이산가족이 5만 7784명이나 된다. 현재 7만1480명만 생존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03년 이후 이산가족 사망자수는 매년 3800여 명에 달하지만 상봉자수는 1600여 명에 불과하다"며 결국 2200여 명의 이산가족이 상봉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산가족이 20년 내에 대부분 사망하고 70대 이상 고령층은 10년 내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모든 생존자가 북측가족을 만나려면 해마다 상봉자를 6600명이상으로 늘려야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결국 지금처럼 100명도 안 되는 규모로 찔끔찔끔 상봉행사를 치르면 이산의 아픔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대책을 획기적으로 세워야한다. 우선 횟수를 크게 늘리고 면회 장소도 금강산호텔 뿐만 아니라 판문점, 나아가 우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DMZ내 세계평화공원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1회성 이벤트를 벗어나 상시화를 추진해야한다.
나아가 아직까지도 파악되지 않은 이산가족의 생사확인은 물론 자유로운 서신 교환?영상 상봉?고향 방문 등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산가족의 대상자 '추첨' 선정 방법도 '고령 자우선'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소한 7만여 이산가족이 생전에 한번만이라도 반드시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해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 언젠가는 남북이 자유로운 왕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북측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은 바로 인도적 차원에서 독일이 추구한 '접근을 통한 통일의 길'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