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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 산책]아메리칸 허슬, 코리안 허슬



최근 개봉된 영화 '아메리칸 허슬(American Hustle)'은 사기극을 벌인 남녀와 미국 연방수사국 FBI가 서로 짜고, 부패한 정치인들을 잡아들이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허슬'이라는 말은 '거칠게 밀어붙이다, 사기, 열정적 에너지, 70년대 유행하던 춤' 등을 이르는 매우 다양한 뜻을 지녔다. '미국식 사기극'이라고 번역할 만한 제목이지만, 이 영화에는 '허슬'의 여러 의미가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런데 영화를 이해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타짜'나 '도둑들' 같은 작품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이제는 고전이 된 '스팅'이나 '이탈리언 잡(Italian Job)'처럼 상대를 감쪽같이 속여먹는 스릴러도 사실 아니다. 물론 결정적인 반전의 속임수가 작동 하지만, 그보다 이 영화는 작품의 무대가 되는 미국의 70년대 중후반과 오늘을 서로 대조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의외의 매력이 있다.

주인공은 머리가 벗겨지고 배는 불룩 나왔다. 날렵한 인물을 연기해 온 크리스찬 베일의 상상을 넘는 변신이다. 그런 남자에게 미모의 에이미 아담스가 반한다. 지금이라면 이런 설정이란 대단히 비현실적이나, 둘은 잘 어울리는 사기극 파트너가 된다. 이와 함께, 명예욕에 사로잡힌 FBI 요원, 아랍계 거부의 투자를 애타게 원하는 시장, 가짜 아랍 왕족, 그리고 이권사업에 손을 대는 마피아가 등장한다.

이 시기는 어떤 때였는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이 사임하고, 이와 관련된 CIA, FBI의 위신은 추락한다. 베트남전 패전과 오일 쇼크 등으로 미국 사회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몸부림친다. 안에서 해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 중동의 오일달러를 갈급해 했고, 온 몸으로 흔들어대는 허슬 춤을 추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폭발할 지경이었다. 내용은 다르지만, 오늘의 미국도 내부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해 비틀거리고 있다. 지금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은 현실이다.

어쩌면 우리가 더 할 지도 모르겠다. 도처에서 가짜가 판을 치고, 각종 속임수가 날로 기이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사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중이다. 영화 말미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미국 경제를 망친) 정작 잡아넣어야 할 자들은 하나도 잡지 못하면서." 진짜 허슬의 주역들은 꽁꽁 숨어 있거나 법의 보호를 받고 있는 모양이다. '코리언 허슬'이 나와야 할 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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