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은 생로랑(Saint Laurent)의 수장으로 연 첫 번째 쇼에서 남다른 초대장을 뿌렸다. 그가 사람들에게 보낸 컬렉션 초대장은 검은색 노트북(Notebook)이었다. 매우 단순한 디자인의 노트북에는 쇼의 티저(Teaser, 예고 광고)이자 단서가 실렸다. 쇼와 작품의 영감이 된 아티스트의 작품을 고스란히 담아 전달했다. 초대 받은 이들은 쇼를 보기도 전에 에디 슬리먼이 보여줄 창작에 대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오프닝 세레모니(Opening Ceremony)의 201415FW 컬렉션이 화제였다. 모델들이 걷는 런웨이의 벽면을 초콜릿으로 꾸몄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향을 맡는 것은 물론, 맛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시각적 만족을 주는 런웨이에 후각, 미각에 대한 자극을 덧붙인 셈이다. 오프닝 세레모니를 이끌었던 캐롤 림과 움베르토 레옹은 지난 해 11월 겐조의 디렉터로 파리에서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그들에게 패션은 경계 없는 꿈이다.
AVOC는 패션 브랜드 중에서도 창의성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선보인 201415FW 컬렉션의 주제는 'Domestic Madness'였다. 남녀 관계의 파괴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시리즈를 내놓은 것이다. 이 컬렉션은 마치 연극이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연출을 차용했다. 제작된 화보를 보면 사진만 봐도 앞뒤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옷으로 시선을 끌고, 이야기로 사람들의 감각을 마비시키고 있다.
패션은 평범해졌다.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과거처럼 이해하지 못하면서 패션이기 때문에 인정하고 걸치는 일은 없다. 오히려 수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들을 분석하고 평가하며 가치를 매긴다. 디자인 자체에 대한 호응보다 디자이너의 철학과 그가 보여주는 행위에 대한 의미를 더 중요시 한다. 패션은 종합예술의 완성체로 탈바꿈 되고 있다. 완제품 산업에서 컨텐츠 산업으로 바뀐 것이다. 창의적 디자인보다 단단한 메시지가 더 중요해졌다.
패션시장이 모양과 색상이 아닌 철학과 사상의 유통공간이 된다? 디자인 할 맛이 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