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삼성은 최강전력을 유지할 것인가? 오키나와 전지훈련이 끝나면서 오승환 없는 삼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류중일 감독은 "오승환은 전력의 20%였다. 공백을 메우는 작업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오승환의 비중은 훨씬 크다.
오승환이 뒷문을 지켰던 삼성의 9년을 보면 그의 존재가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번 우승한 해에는 어김없이 오승환의 돌직구가 뒷문을 지배했다. 2007년과 2008년은 상대적으로 선발진이 약했고 2009년과 2010년은 오승환의 어깨와 팔꿈치가 좋지 않았던 시기였다.
오승환의 부재로 중간계투진이 약해진 것만은 틀림없다. 필승맨 안지만이 새로운 소방수로 낙점을 받았다. 이현동·김희걸·김현우 등이 안지만의 자리를 메워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아직 검증받지 않은 물음표 전력이다. 뒷문이 흔들리면 앞문과 타선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삼성은 96년 해태와 닮았다. 당시 해태는 최강의 소방수 선동렬이 주니치에 입단했다. 선동렬의 부재는 해태시대의 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그럼에도 해태는 96년과 97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이유는 남은 자들의 노력이었다. 이순철 등 해태 선수들은 "선동렬이 없어도 우승할 수 있다"면서 큰소리를 쳤고 실제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선동렬이 없어 팀내에 위기의식이 컸고 외부에서는 약체로 보았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선수들의 오기를 불러일으켰고 결속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아마도 지금 삼성선수들의 마음은 당시 해태선수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삼성은 두터운 마운드와 강한 타선, 짜임새 있는 수비진을 보유하고 있다. 최강이라는 자부심도 그들의 장점이다. 해태 선수들처럼 위기의식을 결속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것이 남은 자들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 /OSEN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