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넬슨(Jimmy Nelson)은 영국의 사진 작가다. 이 작가의 활동은 전 세계 오지, 사라져 가고 있는 35개 부족의 거주지에서 이뤄진다. 지구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원시부족들의 삶을 관찰하고, 정신적이고 감성적인 기운을 사진에 담아내는 게 그의 삶이다. 그의 사진은 태초의 힘과 인간의 순수성을 지녔다. 누구를 흉내 내거나 문명에 의해 습득된 것이 아닌, 인류가 스스로 갖고 태어난 고유한 존재 그 자체를 품고 있다. 그는 '그들은 전통과 순결함, 긍지의 최대 가치를 간직하고 있는 존재'라며 사진 속 에너지를 설명했다.
릭 오웬스(Rick Owens)는 2014 S/S 컬렉션에서 런웨이를 걷는 모델 대신에 댄서들로 작품을 선보였다.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흐르고 체형이 제 각각인 댄서들이 무대 위로 걸어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원시부족의 여성 전사를 기본 테마로 구성한 컬렉션인 것을 감안해도 파격적 무대였다. 주술적 의미를 담은 신비스런 동작과 의식을 치르는 듯한 분위기는 강인한 여성을 표현했다. 또, 여자가 인류의 한 구성 요소로 어떤 아름다움을 지녔는가 충분히 보여줬다. 충격적? 아니, 너무나 사실적이었다.
얼마 전 '김장'이 유네스코 인류뮤형유산으로 등재 됐다. 김치라는 산물의 가치보다 김장이라는 문화의 가치가 훨씬 높다는 평가다. 김장은 공동체 생활의 핵심으로 존재했고, '품앗이'라는 이름 안에 담긴 구성원 간의 소통과 그 과정에 대한 가치를 품고 있다. 한반도라는 지역 안에서 존재했던 인류가 만들고 지녔던 사상과 행위의 결정체 중 하나인 것이다. '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라는 문구는 아름답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물론, 우리에 이음새였던 선조들까지 자랑스럽게 만든다.
'동유럽의 기적'으로 불리는 슬라예보 지젝(Slavoj Zizek)의 철학에 주목 하고, 최진석 교수의 인문학 강의에 몰두 하는 시대다. '꽃보다 누나'에서 배우 윤여정씨는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라며 삶의 모든 순간에 대한 두려움과 진정을 얘기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사람이 가진 존엄성이 자리한다. 사회가 시대가 어떻든 결코 사라지지 않는 절대 가치. 오랜 시간 자본주의라는 경제 이데올로기, 민주주의라는 정치 이데올로기에 떠밀려 폄하됐던 고귀함의 에너지가 떠오르는 중이다. 당신이 지닌 바로 그 에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