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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씀바귀가 쓴가요, 단가요?



"입에 쓴 것은 몸에 좋다"는 옛말은 씀바귀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다. 예전부터 이른 봄에 씀바귀를 먹으면 그해 여름은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했으니 올여름 폭염에 시달리기 싫다면 지금쯤 씀바귀나물을 먹어두는 것이 좋겠다. 씀바귀는 또 춘곤증을 막아 봄철 정신을 맑게 한다고 했는데 따지고 보면 모두 근거가 있는 말이다. 동의보감에 씀바귀는 맛이 쓰며 성질이 차서 열기를 없앤다고 했으니 여름 더위를 물리치는데 도움이 된다. 또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켜 잠을 덜 자게 한다는 것이니 춘곤증 예방에 좋다. 때문에 옛날부터 고들빼기와 함께 봄철 춘곤증을 막아주는 대표적인 나물로 꼽혔다.

씀바귀는 쌉싸래한 맛 때문에 먹는다. 쓴 맛이 오히려 입맛을 당기게 하는 핵심 요소인데 어렸을 때는 쓴 맛의 진가를 잘 모른다. 세상살이 산전수전을 다 겪어 본 후에야 인생이 무엇인지 참 맛을 아는 것과 비슷하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 곡풍(谷風)에 씀바귀의 진짜 맛을 노래한 여인이 있다. 낭군한테 버림 받은 여인이 "누가 씀바귀를 쓰다고 했나요, 내게는 달콤하기가 냉이와 같네요"라고 노래했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버림 받은 아픔에 비하면 씀바귀의 쌉싸래한 맛쯤이야 오히려 달콤하다는 비유다. 버림받은 이 여인, 실연의 쓰디쓴 아픔을 씀바귀를 씹으며 달랬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아픔을 견뎌냈기에 인생의 쓴 맛도 씀바귀의 쌉싸래한 맛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관조의 경지에 올랐던 것은 아닐까 싶다. 봄이 왔으니 씀바귀를 먹어보자. 씀바귀 맛이 쓴 지, 달콤한 지에 따라 지금 마음의 상태도 알아 볼 수 있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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