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마음 먹고 이번에 평생 쓸 요량으로 작업용 원목테이블을 스스로에게 선물해주기로 했다. 밤마다 집요하게 검색에 검색을 거쳐 여섯 군데 정도로 최종후보를 추리고 짬을 내서 발품팔아 직접 가구를 보러가기로 했다.
사이트에서 봤을 때와는 달리 막상 가보니 가구전시장을 따로 가진 곳도, 톱질 중이라 정신없던 공방이 전부였던 곳도 있었고, 아예 자신이 만든 가구가 비치된 카페로 안내한 분도 있었다. 이렇게 천차만별의 고객대응방식이었지만 한 가지 놀랍도록 공통적이었던 점이 있었다.
제품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 만난 모든 목수 겸 가구디자이너 분들은 단 한 명도 '우리 것이 제일 좋다'며 그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시간을 들여 찬찬히 테이블을 관찰하고 만져볼 여유를 주었다. 음흉한 소비자인 나는 다른 가구점도 지금 발품팔이 중이라고 슬며시 흘리니 그들은 조급해지거나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해맑게 웃으며 "잘하셨어요. 가구는 적당히 타협하지 말고 신중하게 골라야 해요. 딱 맞는 짝을 찾아야 한답니다"라며 차라리 축복해주셨다.
발품팔면서 알게 된 원목에 대한 얕은 정보로 깐깐하게 캐물으면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더 신나서 설명해주며 나를 '모범적인 소비자'로 기특해했다. 하물며 제품 느낌이 엇비슷한 경쟁사의 제품을 거론하면서 슬쩍 떠보니 한 목수는 '솔직히 말하면 전 개인적으론 그 업체 제품을 좋아한다'며 나도 분명 그 집 가구를 좋아할 공산이 크다고 꼭 가보라고 되레 부추키기까지 했다. 그 목수의 추천대로 갔다가 공교롭게도 그 곳에서 내 '짝'을 만나버리고 말아서 왠지 마음이 복잡했다.
이런 일은 옷이나 소파나 침대 매트리스 등 그 어느 제품을 살 때도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대부분은 자기네 물건이 경쟁사보다 낫다고 설득하려 했고 내가 꼬치꼬치 캐물으면 짜증냈다. 그런데 직접 가구를 만들어 파는 이 분들은 경쟁사 제품에 대한 칭찬까지 해주는 순진한(?) 사람들이었다. 이 자부심과 관대함은 자연이라는 나무를 일상적으로 만지고 사는 데에서 기인했을까 잠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행복한 쇼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