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는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한다. 인류가 먹은 역사도 오래여서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에도 나온다. 이런 소시지를 로마시대에는 두 번이나 못 먹게 했다. 왜 소시지 금식령이 내려진 것일까?
소시지 금식령의 주인공은 9세기 비잔틴 제국의 황제 레오 6세였다. 당시 동로마에 식중독이 퍼졌는데 순대처럼 고기와 피를 채운 소시지가 원인으로 소시지가 지목됐다. 중세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소시지를 잘못 먹어 식중독에 걸리는 사례는 많았다. 때문에 소시지의 나라인 독일에서는 식중독을 아예 소시지 중독(Wurstgift)이라고까지 표현한다.
4세기 초반 서로마에서도 비공식적이지만 소시지 먹는 것이 금지됐다. 서기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가 공인되면서 엉뚱하게 소시지에 불똥이 튀었다. 사치스런 음식인 데다 풍기문란을 유발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소시지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독교 공인 이전 로마에서는 봄맞이 축제로 루퍼칼리아 축제가 인기가 높았다. 로마 건국신화의 주인공 로물루스와 레무스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로 봄이 시작되는 것을 축하하고 다산을 기도하는 날이었다고 한다. 로마시대에도 남녀가 유별했는지 축제 기간만큼은 선남선녀의 자유로운 만남이 허락됐다. 소시지는 바로 루퍼칼리아 축제에서 먹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1세기 네로황제 때부터 루퍼칼리아 축제가 문란해지기 시작했다. 갈수록 눈살을 찌푸릴 정도가 됐다. 결국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순결을 강조하고 우상숭배 기피 풍조가 퍼지면서 축제 자체가 금지됐고 덩달아 축제 음식인 소시지까지도 기피하게 됐다. 빗나간 봄맞이 축제로 소시지가 피해를 봤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