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노아의 방주를 주제로 한 영화 '노아'를 보았다. 인류의 사악함에 분노한 창조주는 대홍수로 벌을 주고, 선택된 선한 자 노아에게만 세상의 모든 생명체와 가족을 데리고 방주로 스스로를 보호하여 새로운 장소에서 새 삶을 개척하게 한다.
노아와 그의 아내는 그 '새 삶'에 대한 정의가 다른데 노아는 창조주의 뜻에 따라 자신의 막내아들이 세상에 존재할 마지막 인간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노아의 아내는 어떻게든 며느리가 임신한 아기를 살려냄으로써 인류의 지속을 지켜내려 한다. 이 때 아내는 남편 노아를 설득하면서 "나는 내 자식이 혼자 늙어죽는 꼴을 볼 순 없다"라며 울분을 토했는데 나와 같이 영화를 보던 30대 중반의 미혼여성인 친구는 그 말에 비수가 확 꽂혔다며 '으앙' 열분을 토했다.
주변만 봐도 30대의 미혼율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남자의 경우 경제적인 문제로, 여자의 경우 자신의 생활스타일이 바뀌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늘어서일 것이다. 출산적령기의 제한선에 걸려서야 결혼문제에 민감해지는데 그렇다고 아무나 만나고 싶지는 않다. 이 때 나는 그들에게 왜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냐고 묻는다. 주변의 편견이나 성화, 미혼으로서 겪는 사회적 차별 등의 의견도 있었지만 십중팔구는 지금은 이렇게 속 편한 미혼생활을 하지만 막상 노후가 불안하고 외로울 거라는 의견, 아니 상상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노후엔 우리 모두가 누구나 불안하고 외롭고 서럽다. 엄마의 사랑으로는 자식의 슬픈 죽음은 도저히 인정하지 못할 그 무엇이지만 당사자도 엄마도 자식도 마찬가지로 슬픈 소멸을 맞이할 것이다.
평범한 인간은 생로병사가 주는 번뇌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결혼했다고 부부가 동시에 사이좋게 죽기는커녕 배우자의 질병이 상대 배우자의 족쇄가 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여자의 평균수명이 더 길어 대부분 우리는 '혼자 사는 할머니'가 되어갈 것이다. 이건 위로도 뭣도 아니고 그냥 현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결혼해서 후손을 남기는 삶, 결혼해도 아이를 안 가지는 삶, 결혼하지 않는 삶, 미혼들끼리 공동체를 이뤄서 함께 사는 삶 등이 어우러져도 문제는 없다.
/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