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드디어 7시간에 걸친 '끝장토론'까지 벌였다. 지난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규제개혁 회의에서 매우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규제개혁의 성패는 결국 공무원에게 달려있다"면서 "국민과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정을 펼친 공무원에 대해서는 감사를 면책해주고 예산과 승진·인사에서 파격적인 혜택을 주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는 오는 2016년까지 등록규제 1만5269건을 1만3069건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통령의 의지로 보아 규제개혁은 이제 어느 정도 가시적인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간 20% 정도의 규제를 줄인다고 해도 규제개혁과 전쟁을 치르기 시작한 김영삼 정부 이전인 1988년의 1만185건보다도 양적으로 많다. 문제는 건수 위주로 대처하기보다는 규제를 집행하고 있는 공무원의 자세에 더 주목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대통령의 공무원에 대한 시각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는 물론 부처이기주의가 그대로 남아 있는 한 규제개혁의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규제법 밑에는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예규 등이 도사리고 있다. 여기에다 지자체별로 각종 조례를 만들어 기업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공무원의 자세는 대체로 '면피' 위주에다 포지티브 방식의 무사안일로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따라서 규제개혁의 실효를 거두자면 공무원이 민원인의 입장에서 가급적 긍정적인 방향으로 규정을 해석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민원이 해결되지 않는 규정에 대해 의문을 품고 개선하는 공무원이 우대 받는 풍토 조성이 절실하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밝힌 공무원 평가 기준을 구체화시켜 실행해야 한다. 연공서열 방식도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상벌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감사원의 감사 결과 잘못한 것만 골라 책임을 묻는 '필벌(必罰)'보다는 잘한 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 상을 주는'신상(信賞)'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대민업무에 솔선수범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훌륭한 성과를 올렸을 때에는 파격적인 승진제도도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말 그대로 '위민행정'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루한 저성장의 터널을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다른 어느 분야보다 정치발전과 함께 규제개혁으로 공공서비스 혁명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