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7·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량으로 새 시즌을 우렁차게 시작했다.
류현진은 23일 호주 시드니의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데뷔 시즌인 지난해 두 번째 등판만인 4월 8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에서 6⅓이닝 동안 2실점하며 첫 승을 따냈던 것과 비교해 한결 빠른 템포를 보였다.
애리조나의 폴 골드슈미트 등 천적을 상대해야 했고, 크리켓 전용구장이라는 낯선 환경, 지난해 약한 모습을 보였던 낮경기 등 불리한 조건들을 모두 이겨내고 한결 안정되고 완숙한 경기를 펼쳤다는 점에서 올 시즌 활약에 기대를 높였다.
류현진의 활약은 시범경기에서부터 예고됐다. 네 차례 등판해 평균자책점 2.20(16⅓이닝 4자책점)의 성적을 올렸다. 6이닝 이상 던질 수 있는 체력과 안정된 제구력을 완비했다. 구위가 최상의 상태는 아니지만 시즌 초반임을 감안하면 스프링캠프를 착실하게 소화했음을 알 수 있다.
류현진은 스프링캠프에 들어가기 전 한국에서부터 꾸준히 체력 훈련을 했고, 체중을 감량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한 시즌을 치르며 체력의 중요성을 절감한 그는 올해 단체 러닝에서는 낙오하지 않는 등 지난해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은 러닝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자 지역 언론으로부터 흡연 이력을 지적받기도 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지난해 30경기에 모두 선발투수로 나와 14승7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언론과 팬들의 시선을 180도 바꿔놓았다.
192이닝을 소화하며 22차례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안정된 마운드 운영을 보이자 6년 4200만 달러(약 443억원)라는 대형 계약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단번에 거둬냈다.
시범경기와 개막전에서 보여줬듯이 류현진은 현재 다저스 선발진 중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메이저리그 2년차임에도 개막 2선발의 중책을 맡은 것도 큰 의미가 있다.
◆ 톱 클래스 향한 열쇠
특유의 친화성과 노련한 투구로 최상의 루키 시즌을 보낸 류현진은 '2년차 징크스'마저 깨버릴 태세지만 올시즌 선전을 위해 해결해야할 숙제는 남았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급부상하면서 다른 팀들의 견제는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류현진에 대한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던 지난해와 달리 한 시즌 동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를 상대하는 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홈보다 원정에서 성적이 급격히 떨어졌던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류현진은 지난해 홈과 원정에서 각각 7승4패씩을 기록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15차례 홈 경기에 등판해서 평균자책점 2.32로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원정에서는 3.69로 훨씬 높았다.
'1회 징크스'에서 벗어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1회 평균자책점은 5.10이었고, 볼넷 수도 13개로 전체 이닝 중 가장 많았다. 전체 피홈런 15개 가운데 7개를 1회에 맞았다.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할 경우 막강한 팀 전력을 보유한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다가가는 데에도 일등공신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