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문화의 탈경계가 상생(相生)의 문화로



최근 문화·예술계의 많은 이슈들 중 '탈경계(borderless)'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게 했으며 기존에는 없어 정의할 수 없었던 그 무엇들을 생성해내고 있다.

지난해 초,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펑크 전시 '펑크 카오스 투 쿠튀르(Punk Chaos to Couture)'를 열었으며 이를 통해 대표적인 하위문화로 여겨졌던 '펑크' 문화의 공격적인 면을 의도적 일탈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쿠튀르적이고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승화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렇게 대중문화가 예술의 소재로 활용되는 일은 요즘에도 속속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로댕의 역작 '지옥의 문'이 상설전시되고 있는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는 미술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특별한 전시가 시작되었다. 정연두 작가의 '무겁거나, 혹은 가볍거나(Spectacle in Perspective)'라는 전시로, 로댕의 지옥의 문을 재연하고 상징화해 대중문화의 현상을 재해석했다.

이 전시에서는 인간의 근원적인 내면을 바라보는 무거운 성찰을 스타와 스타를 추종하는 팬의 관계를 통해 가볍게 바라보고자 했다. 작가는 국내 5인조 걸그룹인 크레용팝과 그들의 아저씨 팬을 조명해 현대 인간의 근원적 내면을 바라보고자 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저씨팬들의 정(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팝저씨'는 크레용팝의 아저씨 팬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다른 걸그룹의 팬클럽과 구별될 만큼 30~40대, 많게는 50대 아저씨 팬들로만 구성된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팝저씨들이 크레용팝의 팬이 된 이유가 주목 받았는데 분명 기존의 팬클럽의 그것과는 구별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대부분의 팝저씨들은 무명 시절 길거리 공연을 자처하며 열심히 사는 어린 멤버들의 모습에 빠져 팬 활동을 시작했으며 그들이 대중적 스타가 돼서도 그들을 끝까지 응원하는 열혈팬이 됐다고 한다. 어느 인터뷰에 따르면 팝저씨들은 크레용팝의 활동 모습에서 요즘 젊은이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게 됐고 자신이 살아가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삶의 태도를 생각하게 됐으며 스스로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크레용팝의 멤버들은 지금까지도 변치 않고 항상 힘을 주는 팝저씨들에 대해 감사하고 특별한 존재라고 언급해 이들 사이의 정의할 수 없는 애틋함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술관에 전시되는 작품의 소재가 대중가수와 특별할 것이 없는 그들의 팬이었다는 사실은 혁신이 일반화된 요즘의 문화·예술계에서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이 전시를 통해 알게 된 팬심은 이기적 관계가 일반화 돼있는 현대의 인간관계에서 또 다른 관계를 찾아내고 이해하는 데 충분한 전시가 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