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전부터 술 한 번 먹자고 하던 학교 오빠들과 술을 먹게 됐습니다. 분위기 맞춘다고 좀 빨리 마시게 됐는데 기분이 좋아지자 말도 많이 하고 '헬렐레'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담배도 같이 피웠고요. 다음날이 되자 후회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너무 풀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여자가 담배까지 피우다니 날 어떻게 생각할지 괴롭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부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모순적이고 마음이 힘든 것 같습니다. 술을 잘 마시면서도 흐트러진 모습 보이지 않고 적당히 분위기 맞출 줄 아는 여자가 비즈니스적으로 선호된다는데 저는 술을 마실 줄만 알지 영리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도 속상합니다. (내가 뭘)
Hey 내가 뭘!
남자한테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는 대체 어디서 배운 건가요? 술과 담배는 성인의 기호품일 뿐이고 법적으로 허락된 장소에서 내가 원하고 책임지면서 취하는 기호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남자들 흥 돋우는 분위기 맞춘다고 빨리 마시고 남자들 담배 피우니까 같이 얼떨결에 피게 되고 담배 피우는 여자를 풀어진 여자로 볼까봐 걱정이 되고 '적당히' 분위기 맞출 줄 아는 여자가 비즈니스적으로 선호된다고 확신하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네요.
여기서의 모순은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과 만나서 시간 낭비하면서 몸에 좋지도 않은 술과 담배를 취하며 하물며 내가 즐겁지도 않은데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려고 무리하고 있다는 거죠. 그것을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똑같이 '비즈니스'에서 하려구요? 점점 비즈니스에서 술자리 역할을 축소시켜야 할 판에 '술자리 영리하게 잘 하는 법'까지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풀어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닙니다. 술과 담배를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즐기는 대상으로만 인식해주면 좋겠습니다. 한편 '언제 술 한 번 먹자'식의 대사를 치는 학교 오빠들은 경험상 대개 영양가 없음. (캣우먼)
/임경선 칼럼니스트 askcatwoma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