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동시다발로 피면서 세상이 전부 꽃밭으로 변했다. 꽃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이 원칙이지만 조상님들은 입으로도 꽃을 감상했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을 먹으며 멋과 낭만을 즐겼으니 봄이면 진달래 화전에 배꽃을 따다 이화전을 부쳤고 여름에는 장미전과 연꽃, 연화전(蓮花煎) 가을에는 국화전으로 계절을 맛보았다.
요즘은 봄꽃 구경은 벚꽃이 우선이지만 예전에는 전국적으로 진달래 꽃구경을 했다. 서울만 해도 남산은 아예 진달래 꽃밭으로 봄놀이를 겸해서 진달래 따다가 화전을 부치는 것이 풍류고 낭만이었다.
우리는 봄이 되면 진달래를 다양하게 먹었다. 찹쌀가루에 진달래꽃을 얹어 부치는 화전을 비롯해서 밀가루에 진달래꽃을 따다 섞어 뽑는 진달래꽃 국수인 화면(花麵)도 있고, 진달래꽃 띄운 화채로 마른 목을 축였으니 입안에 꽃향기가 가득 퍼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진달래 떡에다 진달래술까지 봄이면 곳곳에서 진달래 축제가 벌어졌다. 그런데 왜 봄에 피는 수많은 꽃 중에서 진달래꽃을 먹으며 봄의 잔치를 벌였을까?
진달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꽃인데다 철쭉은 먹지 못하고 개나리 역시 식용에 적합하지 않으니 진달래로 화전을 부쳤겠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진달래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열을 내려주는 역할을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봄날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치면 멋과 함께 여름 더위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 진달래 화전은 낭만이고 음식이며 보약이다.
어제가 삼짇날, 진달래 화전 먹는 날이었지만 대신 주말에 진달래꽃, 벚꽃을 감상하며 눈과 함께 입 호사도 함께 누리면 좋겠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