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의 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분야별 종사자 중 월 수입 100만원 이하의 비율 가장 높은 분야는 '문학'이었다. 무려 문학 종사자 전체 중 91.5%가 월수입 100만원 미만이란다. 이러니 글만으로 밥벌이하는 글쟁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이런 냉혹한 통계가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여전히 작가를 꿈꾸는 사람은 많아 보인다. TV의 여러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이 저렇게나 많았나 놀라지만 작가 업에 있어서도 글에 대한 욕망―그것이 간절한 자기표현이든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든―은 사그라질 줄 모른다. 그러나 꿈이 작가인 것과 목표가 '글로 밥벌이하기'는 사뭇 다른 얘기다. 취미로 글을 쓰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이것이 직업이 되는 순간 더 이상 예술이 줄 것만 같은 자유는 없다. 백여 명의 창작자의 일하는 방식을 인터뷰한 책 '리추얼'만 봐도 이름을 남긴 창작자들의 엄격함과 성실함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글을 쓴다'는 말은 사실 얼마나 한량 같고 겉멋 들린 허세처럼 들리는가. 그러나 안을 들쳐보면 결과물이 제대로 나올지, 반향이 있을지 그 어떤 기약이 없어도 자기만의 규율을 만들어 1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예술가면 밤늦게 술과 담배를 하면서 글을 쓰거나 글이 안 풀리면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영감을 받아서 쓸 것 같지만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아침형 인간으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엄수했다.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말한다. "비가 오나 날이 맑으나 숙취에 시달리든 팔이 부러졌든, 그 사람들은 그저 매일 아침 여덟시에 자기들의 책상에 앉아 할당량을 채우지요. 머리가 얼마나 텅 비었건 재치가 얼마나 달리건, 그들에게 영감 따윈 허튼 소리."
통계 수치에서 문학 부문이 꼴등을 먹었다고 '원래 글 쓰는 건 돈이 안 돼'라며 낭만적 체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난한 예술가 vs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양극단의 이분법으로 갈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입견이나 기존 통계를 전복시킬 만큼 더 부지런히 더 재미있는 글을 '프로'의 자세로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