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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미안해라는 말

[모놀로그] 미안해,라는 말



지난 주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슬픔과 분노라는 감정을 일주일 이상 속으로 지탱시키기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몸은 쉬이 지치고 불면증에 감기도 들고 예민한 성향 탓에 항우울제의 일시적 도움이 없었다면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도 이 정도인데 가까이서 이 일을 겪는 사람은 어떨까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물며 죄책감이라는 불편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추스리기 위한 이기적인 이유로 분향소에 다녀오기로 마음먹은 나로서는 취약한 이런 의도조차 미안했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지하철을 타고 한참을 내려갔다. 열 시 정각에 열리는데 이미 10분 전부터 100미터 가까이 줄이 서 있었다. 내 앞에 수녀님들 세 분이 서계셔서 왠지 떨리는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마침내 입장하게 되어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보면서 명복을 빌었다. 다들 바로 옆에서 재잘댈 것처럼 너무 예뻤다. 일부 여학생들이 학생증 사진을 인형얼굴처럼 포토샵 한 것조차도 사랑스러웠다. 러시아 태생으로 보이는 갈색머리의 긴 이름을 가진 남학생도 있었다.

아이들을 먼저 구하다가 정작 당신은 못 빠져나온 최혜정 선생님과 아이들을 배 속에 두고 나온 데에 대한 자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민규 교감선생님의 선한 미소의 영정사진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 앞에서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분향소 밖으로 나오면 다녀간 추모객들이 포스트잇 메시지를 붙이는 곳이 있어서 가능한 한 많이 읽다왔는데 '하늘나라에서 이젠 편히 쉬길' '보고 싶다'같은 일반적인 추모메시지보다 압도적으로 다수의 메시지를 차지한 것은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특히 어른들의 글씨로 보이는 포스트잇들은 누구나가 이구동성으로 '미안하다'를 반복했다. 이 참사를 만들어 낸 당사자나 관계자가 아님에도 어른들은 그저 아이들을 구해주지 못하는 이런 사회를 만들어낸 구성원 중 하나라는 이유만으로도 스스로를 자책하며 눈물로 아이들의 용서를 빌었다. 이 참사의 최종 책임자만 유일하게 끝까지 '미안하다'라는 말을 안 할 뿐이다.

/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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