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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누가 불순한가



지난 주 어버이날은 참담했다. 한 방송국의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와 비교하며 경시하고 왜곡하는 발언을 했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에 사과를 받기 위해 직접 버스를 대절해서 해당 방송국 앞에 갔다. 망언의 당사자 대신 두터운 경찰의 벽이 대신 마중 나왔다.

유가족과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이 하나 둘 그 밤중에 여의도로 향했다. 보도국장의 사과는 없었다. 이에 유가족들은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은 청와대 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그 밤중에 청운동으로 향했고 급기야는 청운동 동사무소 앞 길바닥에서 밤샘하며 대통령을 기다렸다.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경찰만이 유가족을 몇 겹으로 에워쌌다. 시민들이 새벽에 달려 나오고 직접 현장에 가지 못한 숱한 이들도 SNS를 통해 마음으로 연대했다.

다음날 아침에도 청운동은 그대로 '기다림'의 장이었다. 분노의 시위나 투쟁이 아니라 오로지 대통령의 경청을 기다리는 인내심과 절제심만이 있었다.

전날 밤에 이어 다음날 더 많은 시민들이 하나 둘 청운동에 모여들어 경찰 벽 사이로 유가족들에게 먹거리와 일용품을 건네며 함께 조용히 초여름 땡볕 아래에서 대통령을 기다렸다.

시사적인 일에 평소 관심 없던 남자 후배는 밤부터 거기 가있었고, 자기 일로도 이미 충분히 바쁜 친구들은 자기 일은 내팽개치고 나와 죽과 생강차를 직접 만들어서 현장에 나갔다. 부근의 카페 등 몇몇 업장 주인들은 아예 당일 장사를 포기하고 유가족분들을 지원하는 일에만 집중했다. 한 대학병원에서는 긴급의료팀을 보냈다. 순수한 시민들의 마음이 자발적으로 모여 유가족들에게 힘과 마음을 보탰다.

허나 다음날 아침 청와대 대변인은 유가족 분들 중 '순수' 유가족분들의 요청에 대해서는 귀 기울이겠다고 했다. 내 귀를 의심했다. '순수'라는 단어가 정말 이상하게 쓰이고 있었다. 어떻게 순수, 비순수로 유가족을 나눌 생각을 하는가.

마치 반정부적·정치적 목적을 가진 이들이 유가족 중에 섞였다는 모함, 하물며 그런 이들은 선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 그런 발언과 그 기저에 깔린 생각들이야말로 '불순'하지 않던가.

/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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