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속해서 터지고 있는 '인재' 사고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된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곪을 대로 곪았는지 무서울 지경이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복판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노후된 건물을 철거하던 중 이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엄청난 굉음에 시민들은 깜짝 놀랐고, 사고 여파로 가스 배관이 파손되면서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인근 1876 가구에는 2시간가량 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조사 결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하는 철거업체가 가스 배관을 차단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철거업체는 9일 건물에 가스를 공급하는 지하 배관을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고, 가스 공급업체는 12일 차단하겠다고 했지만 철거업체는 조치를 기다리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
문제는 국내 도시가스사업법이나 건축사업법 등에 증·개축 공사를 할 때 가스공급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가스 밸브가 열린 채로 건물을 부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지난 2월 터진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는 수백명이 들어가는 체육관을 얇은 철판에 스티로폼을 덧댄 샌드위치 패널로 허술하게 지은 것이 원인이다. 체육관 소유주인 코오롱그룹은 사고 당시 폭설로 쏘나타 200대 무게의 눈이 덮인 체육관에 560명을 입장시킨 '배짱 영업'을 했다. 결국 체육관이 붕괴되면서 10명의 소중한 대학 새내기들을 잃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는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세기적인 인재로 귀결된다. 여객선 회사는 안전은 무시한 채 화물 과적과 부적절한 구조 변경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 극대화를 추구했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 다수는 긴박한 상황에서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도 내리지 않은 채 먼저 탈출했다. 정부는 우왕좌왕 실종자 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2일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고는 서울메트로 직원이 사고 14시간 전 신호 오류를 인지하고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곪은 곳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메스'를 대 상처를 도려내야 한다. 흉터가 남겠지만 새 살을 돋게 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 정부 부처는 물론 국민 모두가 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시민의 안전과 원칙을 무시한 행동들이 이어진다면 대형 참사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