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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정도전과 참외밭 정사

윤덕노



데이트 장소가 마땅치 않았던 옛날, 참외밭 원두막은 청춘남녀가 은밀히 사랑을 속삭이던 밀회 장소였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바로 부모가 참외밭에서 나눈 사랑의 결실이다. 그것도 신분을 초월한 양반과 노비 사이의 사랑이었다.

정도전 어머니는 우이동이라는 양반집의 노비였다. 어느 날, 주인집 심부름을 가던 중 소나기가 쏟아져 비를 피하려고 근처 참외밭 원두막으로 들어갔다. 마침 그곳에는 젊은 선비 한 명이 먼저 와 소나기를 피하고 있었다.

비가 쏟아지는 한적한 오두막에서 젊은 남녀 단둘이 비에 젖은 옷을 입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급기야 사랑도 나누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태어난 인물이 정도전이다.

정도천의 부친, 정운경은 나중에는 형부상서에 직제학까지 올랐지만 젊었을 때는 집안이 몇 대째 관직에 오르지 못했던 몰락한 시골양반집 청년이었다. 정도전 어머니와 만났을 때만 해도 별 볼일 없는 한량에 지나지 않았다.

집안의 여자 노비가 밖에서 몰락한 양반 청년과 눈이 맞아 아이를 낳았는데도 주인은 정도전이 태어나자 노비문서에서 어미의 이름을 빼주었고, 어린 정도전 역시 무척 귀여워하며 나중에 커서 큰 인물이 될 것이니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당부까지 했다고 한다.

야사에 전해지는 이야기로 1928년에 발행된 근대잡지인 별건곤에 실려 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창작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도전의 모친이 노비 출신이었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인물정보에도 어머니와 아내가 모두 서자 출신으로 특히 모계에는 노비의 피가 섞여 있다고 나온다.

때문에 혁신적일 정도였던 정도전의 개혁성향도 그의 출신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고, 또 정도전이 탄핵을 받을 때면 정적들로부터 비천한 출신이 높은 자리에 오르더니 못된 짓은 다하고 다닌다는 인신공격을 당했다. 요즘 참외가 제철인데다 드라마도 인기가 높다니 떠오른 이야기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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