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족발은 이슬람 문화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즐겨 먹는다. 우리는 물론 중국에도 다양한 돼지족발 요리가 있고 태국도 카오카무라는 족발덮밥이 유명하다. 유럽도 마찬가지여서 독일에는 구운 족발 학세와 맥주에 삶은 아이스바인이 있다. 프랑스는 달콤한 족발 조림, 피에 드 코숑이 인기 고 이탈리아에는 잠포네가 있다.
대부분 나라는 족발에 특별한 의미를 담아 먹는다. 이탈리아는 새해에 잠포네를 먹으면 일 년 내내 지갑에 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중국 당나라 때는 과거 보러 가는 선비가 족발을 먹으며 장원급제의 소원을 빌었고 우리 역시 산후 조리로 족발을 먹으면 산모의 젖이 잘 나온다고 말한다.
족발에 왜 이렇게 특별한 의미를 담았을까? 네발로 걷는 동물은 발바닥에 정기가 몰리는데 특히 돼지는 짧은 다리로 육중한 몸을 버티고 서 있으니 족발이 그만큼 튼튼하고 강하며 몸에도 좋다고 여겼다. 옛날, 좋은 음식이 생기면 먼저 하늘에 제사부터 지냈으니 족발도 예외가 아니다. 돼지족발과 한 잔 술이라는 뜻의 돈제우주(豚蹄盂酒)의 고사가 그것이다.
춘추전국시대에 초나라 대군이 제나라를 침범했다. 놀란 제왕이 이웃 조나라에 원군을 요청하며 예물로 황금 100근과 마차 10대를 준비했다. 이를 본 재상 순우곤이 웃다가 갓끈이 끊어졌는데 왕이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아침에 어떤 백성이 돼지족발 하나와 술 한 잔을 제단에 올려놓고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보았는데, 풍년을 기원하고 자녀의 출세와 부부 백년해로를 빌면서 제물로 달랑 돼지족발 하나를 놓았으면서 원하는 것은 너무 많았던 것이 떠올라 웃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제왕이 황급히 예물을 늘려 황금 1,000근과 마차 100대를 보내 원군을 청했다. 조나라에서 정병 10만과 전차 1,000대를 파견하니 소식을 들은 초나라가 서둘러 군사를 물렸다. 사기 골계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그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