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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그 많던 건물들은 다 어디에?





그 많던 건물들은 다 어디에?

서울 경복궁을 거닐 때면 의아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한 때 건물들로 빽빽했다는 경복궁이지만 지금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복궁이 처음 대대적으로 망가진 것은 지난 16세기말 임진왜란 때였다. 선조가 의주로 도망을 간 직후 백성들에 의해선지 왜군에 의해선지 주체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홀랑 불에 타버린 것이다.

이후 270여 년 동안 방치돼 있던 경복궁이 다시 지어진 것은 1865년 흥선대원군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또 수난의 시대가 찾아 온다. 조선을 강제병합한 일본이 경복궁에서 '시정오년기념 조선물산공진회'라는 일종의 '엑스포'를 연 탓이다. 엑스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1923년 조선부업품공진회, 1925년 조선가금공진회, 1926년과 29년에는 조선박람회가 연거푸 개최됐고 1935년에는 조선산업박람회까지 열렸다.

문제는 이런 행사를 위한 전시장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원래 있던 전각들 가운데 상당수를 헐어버리거나 외부에 팔아버렸다는 데 있다. 실제로 구한말 당시 경복궁의 건물 수는 모두 509동에 달했으나 엑스포를 구실로 90% 이상이 헐리고 말았다.

해체한 뒤에도 재조립이 가능하다는 목조건물의 특성상 헐린 전각들은 요정이나 사찰, 개인집으로 팔려나갔다. 집현전의 후신이랄 수 있는 '홍문관'은 남산으로 팔려가 '화월별장'이라는 요정으로, '비현각'은 장충동으로 옮겨져 '남산장'이라는 요정으로 이용되는 식이었다.

세자와 세자비의 생활공간인 '자선당'의 운명은 더 처연하다. 1915년 일본 도쿄로 옮겨졌다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불타버리고 말았다. 지금 현재 경복궁 동북쪽 귀퉁이에 놓여있는 돌무더기가 바로 1996년 일본에서 환수해온 자선당 석축이다.

2014년 5월 현재 경복궁에선 수라간 등 일제 때 헐려나간 시설들을 다시 짓는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헐린 궁을 다시 짓는다고 비운의 역사가 극복되고 옛 영화가 되살아날까? '문화재 복원'이란 미명 아래 사라진 건물을 재건하려 서두르기에 앞서, 지도자들이 무능할 때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곱씹어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다시 서울을 걷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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