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이었던가? 삼성 비서실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광주까지 내려와서 왜 해태가 강한지 노하우를 물었다. 그들의 정성 때문에 그 때 4시간 동안 내가 아는 것은 아낌 없이 말해주었다."
최윤범 전 해태 타이거즈 단장의 기억이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삼성은 리그 최강이었지만 한국시리즈는 최약이었다. 잦은 감독 교체, 모래알 팀워크라는 오명을 들었고 93년 이후 7년 동안 한국시리즈 문턱도 밟지 못했다. 삼성은 벤치마킹이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삼성은 최강의 야구단이 되었다. 80~90년대를 지배했던 해태, 해태 이후 판도를 좌우했던 현대와 SK를 잇는 '강자의 전설'을 쓰고 있다. 작년까지 한국시리즈 3연패를 달성하더니 최근 11연승의 기세를 올리며 4연패 가능성까지 높이고 있다.
삼성 야구는 빈틈이 없다. 선발진과 중간진, 소방수까지 마운드가 가장 탄탄하다. 강력한 타선과 수비력까지 더해있다. 위기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다. 그만큼 선수들은 자신감과 창조성이 넘치는 플레이를 한다. 전형적인 강자의 모습이다.
이처럼 강한 전력을 유지하는 첫 번째 이유는 부상선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선수들이 그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여기에 부상 예방에 초점을 맞춘 트레이닝 시스템도 완벽하다. 설령 부상을 당한 선수가 나와도 완벽한 재활로 이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선수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신뢰 관계다. 후배들은 선배들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면서 어느새 경쟁자로 성장한다. 장원삼 이후 FA 영입을 하지 않으면서 육성체계도 뿌리를 내렸다. 80~90년대와 완전히 다른 삼성만의 야구 문화가 정착된 것이다. 삼성이 어려운 답을 풀었다. /OSEN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