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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어떤 엘리트주의



엘리트들이 기득권층인 것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의 엘리트주의는 참 유난하다. 입시 경쟁에 지쳐 매년 자살하는 학생들은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아이들은 스펙의 기초를 쌓아야 하는 현실이다. 명문대를 나와도 좋은 직장을 위해 또 다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서른 중반 넘어서는 출신대학이 별 의미가 없어지는 데도 모든 아이들의 꿈은 일단 '명문대 들어가기'로 귀결된다.

한편 예전부터 흥미로웠던 것은, 엘리트주의를 향한 열망은 이토록 노골적인데 사람들은 서로에게 출신 대학을 묻질 않는 점이다. 서양에서 나이나 결혼여부를 묻는 것이 실례인 것처럼 다들 예민하고 조심스럽다. 반면 '몇 살이냐' '결혼했냐'는 편하게 막 묻는다. 학번 얘기나 대학 시절 어느 동네에서 놀았는지를 슬쩍 물어보면서 겨우 힌트를 얻는다. 명문대 출신이라면 은근히 드러내고 싶어 '봉천동에서 하숙할 무렵'이라거나 '신촌에서 학교 다닐 때' 식으로 돌려 말한다. 아, 그 모습을 지켜보는 민망함이란.

숨기거나 돌려 말하는 심리는 뭘까. 한국에서 명문대 출신은 단순히 '공부를 잘했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기득권을 강화, 유지하리라는 어떤 일그러진 믿음과 고정관념 때문이 아닐까. 마치 '우리집 부자다'라고 말 못하는 것처럼 겸손하게 몸 사리는 제스처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그만큼 출신 대학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드러내지 못하는 분위기에는 어딘가 위선적인 데가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면대면으로 출신대학을 밝히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우면서 그 외 모든 상황에서 명문대 출신들은 대학이름을 노골적으로 앞세운다. 책 저자들도 명문대 출신들은 책 날개에 대학 이름을 자연스럽게 집어넣지만 비명문대 출신들은 생략한다. 중매시장에서도 출신 대학으로 남녀를 매칭시킨다. 선거 때는 말할 것도 없다. 한 유력 교육감 후보는 한국 학생들의 지옥 같은 경쟁 환경을 막고 전인적인 교육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임에도 아예 자신이 거친 한국과 미국의 명문대와 고시 3관왕이라는 타이틀을 특장점으로 내세운다. 나는 어떤 병적인 모순을 본다.

/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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