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다. 특히 경제부처의 경우 딱하다 못해 안스러울 정도다.
국정원 부정선거 사건, 세월호 참사에 이은 각종 사고,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의 낙마 등 난마처럼 얽힌 각종 사슬을 이 정부는 해결할 능력을 잃은 것 처럼 보인다. 요즘 뜨고 있는 드라마 '정도전'에서 투영되는 고려 말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오죽했으면 이 정권의 탄생에 기여 한 인물들조차 "청와대내 누구도 당면한 문제에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인물이 없다. 그러니 꼬인 정국을 제대로 풀어낼 만한 소신을 가진 인물도 없다"고 지적한다.
정치분야가 이런 정도이니 경제분야는 참담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 나라의 경제 수장인 현오석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행태가 이를 웅변한다. 현부총리는 지난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민 여러분은 차분한 애도의 분위기 속에서도 소비활동 등 일상적인 경제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내수가 어려우니,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이 정도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인 나라의 국민들에게 '소비만이 미덕'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일각에서는 세금증가, 임금동결 등으로 실질 소득이 줄어든 국민들에게 소비를 권하는 것은 결국 내수활성화를 위해 빚을 더 지라는 것 밖에 안된다고 조소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비율은 지난 2010년 OECD 주요 8개국 중 가장 높다. 이중 예금은행 대출의 67%가 주택담보대출이고, 60% 이상을 단기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가계저축률은 1988년 19%에서 2012년 4%로 급락했는데, 이는 OECD중 최하치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조차 최근 기사에서 한국 경제구조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이 신문은 "한국의 경제성장은 재벌의 부채를 기반으로 한다"며 "늘어나는 가계 부채가 경제 성장을 저지할 위협이 되고 있다"며 지적했다.
특히 "매달 갚아야 하는 신용카드 지불금으로 인해 수입보다 지출이 더 높은 구도를 중산층 가계에 만들었고, 가계부채는 국가전체의 GDP와 평균 가구 소득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부총리는 또 지난 26일 제2차 창조경제 민관협의회에서는 "경제회복의 불씨를 지켜나가고 민생경제의 활기를 되찾기 위한 노력에도 경제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 (경제단체) 회장님들께서 소속 회원사를 독려해서 올해 계획한 투자 집행실적을 꼼꼼히 점검해 가급적 앞당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읍소했다.
이에 대해 재계의 반응도 냉소적이다. '경제민주화''오너에 대한 수사' 등 정권 초반부터 재계를 압박해 온 현 정부가 이제 와서 곳간 문을 열라고 하니 이런 아이러니도 없다.
또 한편으로는 규제완화를 주장하면서도, 최근 환경부가 밀어붙이는 '국가배출권 할당계획(안)'에서 보듯 규제에 규제를 더하는 상황에서 정부를 믿고 따라오라고 말할 수 있을 까.
지금의 상황은 한마디로 '문예부산(蚊예負山)이다.모기가 산을 등에 진다는 말로, 약한 자와 어리석은 자가 크고 중한 일을 맡았다는 의미다. 지금의 꼬인 상황을 풀기위한 대책을 마련코자 한다면 적확하게 하던가, 아니면 능력의 부족을 깨닫고 스스로의 처지를 선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