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지방선거는 2세들의 전쟁이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후보에겐 '우리아빠 최문순'이라는 표어를 내세운 예쁜 두 딸의 유세가 화제였다. 서울시 교육감 조희연 후보의 아들은 한 포털에 아버지에 대한 지지 호소 글을 올려 낮았던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반면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아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행보를 '미개하다'고 발언함으로써 정후보의 지지율을 꺾어놓았다. 그리고 유력한 서울시 교육감 후보였던 고승덕 씨의 친딸은 자신의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폭로성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이 중 가장 주목 받은 것은 단연 고승덕 후보의 친딸이다. 가족주의가 견고한 한국에서 보통은 자기 가족을 어떻게든 두둔하는 판에 그녀는 친부의 인격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개인적 복수든, 가족의 복수 대행이든, 한국 학생들을 위한 결단이든,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남이 아니라 한때 시간을 나눈 친아버지다. 당선이 돼도 안 돼도 그녀의 입장에 서보면 마음이 무거울 것 같다.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겠지만 막상 문을 열면 그 앞에 예기치 않던 다른 모습을 볼 것만 같다. 한 성인 여성의 주체적인 결단이라 해도 미래에 자책하거나 후회하거나 이용당했다고 느끼는 어떤 순간들은 있을 것 같았다. '난 괜찮아'라고 애써 씩씩하게 웃던 만화 주인공 캔디가 사실은 하나도 안 괜찮았던 게 생각난다면 나의 과민한 감상주의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어떤 형식으로든 트라우마를 짊어지지 않을까 하는 나의 '오지랖'과는 달리 주변의 진취적인 전문가들은 걱정할 것 없다, 극복할 것이다, 딸은 아버지에게 종속되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강변한다. 진보 성향의 누리꾼들은 그녀를 잔 다르크로 비유하며 환호한다. 어르신들은 잘못 키운 딸년이 애비 앞길을 막았다고 패륜이라 한탄한다.
그러고 보면 나를 포함,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자신의 과거나 고정관념이나 희망사항을 투영해서 상대와 상황을 바라볼 뿐이다. 관객이 되기란 늘 쉬울 뿐이다. 당사자의 마음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