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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수천 가지 맛과 향의 비밀



와인은 포도만으로 만든 술이다. 그러나 품종이 다양한데다 같은 품종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도 지역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왜 그럴까?

간단히 답하자면 토양의 차이 때문에 뿌리에서 올라오는 영양소가 천차만별이고 나무가 자라는 기후적 지역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와인을 오크통에 숙성하는 과정에서도 향이 밴다. 와인 이론서는 포도 자체가 갖는 향을 아로마, 숙성에 의해 추가되는 향을 부케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단순한 답 속에는 수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우리가 생과일로 먹는 포도를 재배하는 농장은 입지조건이 좋다. 대개 비옥한 토양이며 비도 많이 맞고 비료로 영양보충도 한다. 그러니 포도 알도 크고 즙도 풍부하다. 생산량은 다다익선이다.

그러나 와인을 빚는 포도는 다르다. 우선 포도 자체가 다르다. 대체로 과일로 먹는 포도에 비해 알이 작고 껍질은 두껍다. 포도 품종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와인용 포도는 토착종까지 포함해 500종 안팎이다. 익는 과정의 포도 알은 땡감 처럼 떫지만 다 익으면 설탕보다 달아진다. 그래서 포도즙 발효만으로 10도 이상의 알코올 도수가 나온다.

와인 양조에는 챕탈리제이션(chaptalization) 즉 알코올 도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당을 추가하는 제조법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가당은 지역에서 소비되는 극소수 저급 와인만 해당될 뿐 국내에서 시판되는 웬만한 와인은 수입국 법에 의해 엄격히 금지된다.

재배되는 장소도 남다르다. 와인용 포도나무는 자갈밭, 편암지대, 화강암이 부서진 왕모래밭, 진흙 섞인 석회암지대 등 도대체 나무가 자랄 수 있을 지 의심되는 땅에서 재배된다.

연중 강우량도 500~800mm 수준의 지극히 건조한 곳이다. 비가 많이 오면 포도 알이 묽어져 당도가 떨어지고 충분한 알코올을 얻을 수 없다. 가물어도 임의로 물을 주지 않는다.

독일의 라인강변이나 프랑스 론지역 등에서는 경사 50도가 넘는 가파른 벼랑 같은 곳에 계단식으로 포도밭을 일군다.

이런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포도나무는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받기 위해 스스로 생존의 길을 찾아 나선다. 방법은 뿌리를 깊게 내리는 수 밖에는 없다. 와이너리의 포도나무들은 가지치기를 해서 철사 줄에 달아매면 키가 1m 내외인데 뿌리의 깊이는 10m는 기본이고 심지어는 20m 이상 뻗는다. 다양한 지층을 거쳐 내려가니 뽑아 올리는 양분도 각양각색이다. 포도 품종이 갖는 자신만의 특징에 각종 암석이나 광석의 독특한 미네랄 향이 더해진다. 과거 지각활동이 활발해 단층 생기고 지층이 복잡할수록 향도 복합적이다.

생산 지역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더운 곳에서 자란 포도는 같은 품종 중에서도 당도가 더 높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고 풀 바디의 와인이 된다. 바람이 센 곳의 경우 포도알이 상대적으로 적어져 껍질 비중이 아주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탄닌이 많이 우러나와 장기 숙성이 필요해진다. 와인의 골격이 더욱 탄탄해진다. 매년 달라지는 기후, 토양의 변화, 재배 방식의 차이 등이 수천 가지 맛과 향을 우려낸다.

오크통 숙성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케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불에 그을린 오크통에 오랜 기간 와인을 숙성하게 되면 오크향은 물론 바닐라 초콜릿 캬라멜 등 열대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향이 더해진다.

이렇게 다양한 변수가 얽히고 설켜 와인의 향을 구성하니, 와인의 맛과 향 가짓수를 말하라면 전세계에서 팔리는 와인 병 수만큼이나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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