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의 '특급조커' 이근호(29·상주 상무)가 마침내 월드컵 불운을 훨훨 털어냈다.
이근호는 18일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한국과 러시아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후반 11분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은 지 12분 만에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1-1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 결승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홍명보 감독이 남은 경기에서 다양한 공격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이 골은 굴곡진 축구 인생을 살아온 이근호의 지난 설움을 날려준 한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05년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프로 무대를 밟은 이근호는 2년 뒤 국가대표에 발탁되며 승승장구를 달렸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에서 맹활약하며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부상했지만 급격한 컨디션 난조로 본선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유럽 진출 실패로 흔들렸던 이근호는 마음을 다잡고 울산 현대에서 맹활약했다. 결국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지난해 아이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연속골을 넣으며 확실한 눈도장까지 받았다.
거수 경례 세리머니로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근호는 현재 육군 병장 신분으로 이번 대회 최저 연봉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근호의 연봉은 178만8000원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세계 최고의 몸값 선수인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난해 이근호의 연봉보다 4만 배 이상 많은 약 742억원을 받았다.
또 이날 이근호의 강력한 중거리 슛을 막아내지 못한 러시아의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프의 연봉은 이근호의 연봉보다 1만8000배 높은 305억원이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경기 뒤 자신의 트위터에 "세계 언론인 여러분, 오늘 골 넣은 이근호 병장의 주급은 3만원입니다. 유로나 파운드가 아니고요. 이번 대회 최저 연봉 득점자 컨펌 기사 내셔도 됩니다"로 밝혔다.
이어 "그러고보니 94년 월드컵에서 군인 신분으로 골 넣었던 서정원(현 수원 블루윙즈 감독) 당시 선수의 급여는 훨씬 더 낮았겠네요"라고 덧붙였다.
이근호는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원래 동료에게 패스를 할 생각이었는데 운이 좋았다. 슈팅 연습을 할 때 받았던 좋은 느낌이 갑자기 떠올라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했다"며 "설움을 떨치는 상상이 현실이 됐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내 골이 결승골이 못 돼서 아쉽다. 알제리전에는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결의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