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원정 8강을 향한 첫 발을 힘차게 내디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8일 브라질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내심 월드컵 4회 연속 첫 경기 승리를 노리기도 했지만,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던 홍 감독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셈이다.
승점 1을 획득한 한국은 이날 알제리를 2-1로 꺾은 벨기에(1승·승점 3·골 득실+1)에 이어 러시아와 함께 H조 공동 2위를 기록했다. 1차전에서 16강 진출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충족했다.
대표팀의 발걸음은 경기 전 그라운드에 들어올 때부터 가벼웠다. 기성용이 중원을 지휘하며 여러 차례 예리한 패스를 공급했고 초반부터 러시아 수비진을 압박했다. 경기 초반 손흥민은 중원에서 단독 드리블로 페널티아크 부근까지 치고 들어가 슈팅을 날리는 등 날카로운 공격으로 상대를 위협했다.
"한국 선수의 이름을 알 필요가 없다"고 자만하던 러시아는 한국이 다양한 공격 전술로 공세를 퍼붓자 공수에서 실수를 하며 당황한 기색까지 보였다.
한국은 전반 종료까지 55%로 공 점유율에서 러시아에 앞섰고 전반 종료 전 15분 동안은 76%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 같은 기세는 후반으로 이어졌다. 후반 11분 박주영을 대신해 들어간 이근호는 교체된 지 12분 만에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을 날렸고, 상대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는 정면으로 공을 받고도 이를 골대 안으로 흘러보내버렸다.
한국은 우세한 경기 속에서도 후반 29분 골대 앞 혼전 상황에서 알렉산더 케르자코프에게 골을 내줘 아쉽게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 2차전도 홍명보 각본대로
선제골을 넣고도 비겼기에 짙은 아쉬움이 남지만 16강 진출을 향한 희망은 아직 온전히 남아있다. 이제는 갓 만든 불씨를 닷새 뒤 열리는 알제리전에서 활활 타오르게 하는 일만 남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준비 과정에서의 문제는 잘 짜인 계획임을 보여줬다. 한국의 자신감은 홍명보 감독을 향한 믿음에서 나왔다"고 평가전 때와 달라진 한국의 전력을 호평했다.
무엇보다 튀니지·가나와의 평가전 2연패로 저하됐던 사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에 돌입해 알제리전은 반드시 이긴다는 승리의 기운이 선수들 사이에 감돌고 있다.
정성룡은 "알제리는 장점이 많지만 우리가 잡을 수 있다"고 했고, 이청용은 "우리는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큰 자신감을 얻었다. 알제리는 우리가 못 이길 팀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기성용도 "우리가 최근 연패해 자신감이 떨어졌는데 오늘 러시아와의 경기가 반전의 계기가 됐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이길 수 있는 경기라서 아쉽다"며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는 아쉬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로 돌아온 대표팀은 이틀간 훈련을 치른 뒤 첫 승을 향한 결전지 포르투 알레그리로 건너가 두 차례 훈련을 소화한다. 알제리전은 23일 오전 4시 포르투 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