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이 칠레마저 넘지 못하고 무참히 망가졌다.
스페인은 1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칠레와의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네덜란드전에서 1-5로 완패했던 스페인은 2패를 안으며 남은 호주와의 경기에 상관없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칠레는 1차전 호주(3-1 승)에 이어 스페인까지 잡고 이번 대회 복병으로 떠올랐다. 이 경기에 앞서 호주에 3-2 승리를 거둔 네덜란드도 칠레와 함께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반면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국인 스페인은 이번 대회 32개 참가국 중 가장 먼저 16강 탈락을 선고받는 치욕을 맛봤다.
스페인은 경기 초반 특유의 짧고 빠른 패스로 점유율을 높여가는 듯 했지만 칠레의 역습을 당하며 점차 분위기를 빼앗겼다. 역습 상황에서 스루패스를 받은 찰스 아랑기스가 문전으로 내준 패스를 에두아르도 바르가스가 골키퍼를 따돌리고 오른발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43분에는 알렉시스 산체스의 프리킥을 카시야스가 펀칭한 공이 아랑기스의 발 앞에 떨어졌고, 아랑기스는 이를 가볍게 골문 오른쪽으로 밀어넣어 추가점을 기록했다. 칠레에 주도권을 완전히 뺏긴 스페인은 이렇다 할 슛도 날려보지 못한 채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무적함대'의 몰락과 함께 티키타카의 시대도 저물었다. 2007년 루이스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은 체격의 열세를 극복하려고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극대화하는 티키타카를 스페인에 도입해 세계 정상급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티키타가를 앞세운 스페인은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까지 제패하며 세계 축구계 최고의 브랜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티키타카의 핵심 멤버인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FC바르셀로나),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등이 나이를 먹으면서 위력도 점점 약해져 갔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티키타카를 주로 사용하는 클럽인 FC바르셀로나가 지난해 5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독일 분데스리가의 대표주자인 바이에른 뮌헨에 패하면서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하면서 우려는 심화됐다.
결국 이번 월드컵에서 티키타카의 수명도 끝났다. 스페인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