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장편소설의 마무리를 하는 중이라 신경이 극도로 예민한 상태다. 평소 잘 안 쓰고 사는 뇌를 총동원해서 가동하느라 불면증에 시달렸다. 밤에 잠자리에 누워도 계속 머리 속은 컴퓨터의 하드처럼 쉴새 없이 돌아가며 멈출 줄을 몰랐다. 짧은 시간을 자도 숙면이면 그나마 다행인데 뇌가 바쁜 채로 자니 꿈을 아주 현란하게 꾸게 된다. 자고 일어나면 더욱 피로감만 가중되었다. 초여름 더위나 밤중에 누워 자꾸 확인하게 되는 온갖 SNS도 숙면을 방해하는 데 한몫 했다. 이삼일은 어떻게든 낮에 버텼는데 문제는 나흘째였다.
그 날의 일을 끝내고 아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귀가하니 그간 꾹꾹 눌러왔던 만성피로와 불면증이 폭발했다. 어지럽고 가슴과 호흡이 답답하며 몸이 땅으로 꺼질 것처럼 탈진상태가 되었다. 혼자의 몸이라면 병원에 달려갈 텐데 현실은 옆에서 아이가 배고프다며 보채는 상황. 응급약을 먹고 정신 나간 상태로 겨우 아이 밥을 해 먹이고 손가락을 따서 혈액순환을 시키는 등 어찌어찌 기사회생을 하긴 했지만 수면부족의 무서운 결과를 적나라하게 느꼈던 악몽 같은 경험이었다.
나흘간의 잠 설침에 이어 이틀간의 '폭풍수면'이 이어졌다. 하여간 틈이 날 때마다 잠을 자고 또 잤다. 체험 극과 극이었다. 자고 일어날수록 흔들려 보였던 세상의 모습이 차츰 제 자리를 안정적으로 잡아갔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잠을 푹 못 자는 사람들이 참 많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으로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정확히는 그 스트레스들을 '처리'하지 못한 채 자리에 누워야 하기 때문이다. 욕망해야 하는 것은 더욱 많아지는데 나는 항상 그에 못 미치는 안타까운 상황이고, 몸은 정신을 따라잡질 못한다. 내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자각에 절박감으로 숨이 답답하고 생각이 많으면 위장이 불편해서 생리학적으로도 자연스레 잠을 설치게 된다. 요즘처럼 불안으로 점철된 환경에서 기분 좋은 숙면을 취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니까 아침 7시까지 회사로 출근해서 같이 월드컵 응원하자,같은 이야기는 제발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