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제2의 동양·STX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동부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인 '동부 패키지'(동부인천스틸+동부발전당진) 인수를 검토해온 포스코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동부제철과 채권단이 워크아웃 전 단계인 자율협약에 돌입하기로 했다. 채권단이 최후의 통첩 카드를 꺼낼 정도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룹 캐시카우인 동부화재까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류희경 산은 수석부행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동부패키지 인수포기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재무적 부담에 비해 향후 사업성이나 그룹 전체에 미치는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류 부행장은 "매각주관사인 산은은 동부패키지를 개별매각으로 전환한 뒤 곧 당진발전에 대한 공개 경쟁입찰 절차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제철 인천공장 중국에 매각될 수도
산은은 당진발전에 대해 6월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 절차를 개시하고 제철 인천공장은 잠재 매수자가 없어 추후 추진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철 인천공장이 결국은 중국 등 해외 철강업체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익스프레스, 동부발전당진, 동부제철 인천공장, 당진항만 등을 매각해 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제3자 매각이 완료된 것은 동부익스프레스(3000억원)가 유일하다. 이밖에 동부특수강(1100억원)과 당진항만(1500억원)을 산은 PE(사모투자펀드)로 매각했으나 이는 파킹딜에 불과해 재매각을 진행해야 한다.
◆동부화재 경영권 주목
이와 함께 동부제철과 채권단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자율협약'은 재무구조개선 약정보다 높은 수위의 구조조정 방식이다. 해당 기업은 일정 기간 채무 상환이 유예되거나 긴급 자금을 지원받고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동부와 채권단은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 '용처'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어 신속한 구조조정 이행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동부 측은 김 회장이 동부화재 지분 매각 등으로 마련한 사재 1000억원 중 800억원을 특수목적법인인 동부인베스트먼트(DBI)에 지원하겠다고 산업은행 측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상의 사재출연 용처 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측은 동부인베스트먼트는 김 회장의 개인 지분이 100%인 회사라며 이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따라 김 회장 일가의 동부화재 경영권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동부그룹 주가 일제히 하락
이날 동부제철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2085원에 마감됐다. 동부라이텍과 동부건설, 동부하이텍 주가도 각각 14.7%, 14.9%, 13.9%나 떨어져 하한가를 기록했고, 동부화재와 동부증권, 동부CNI 역시 각각 4.9%, 4.6%, 14.99%로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한국신용평가도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동부메탈과 동부CNI 신용등급은 각각 'BBB'에서 'BBB-'로 한 단계씩 떨어지며 '하향검토' 대상에 등록됐다. 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은 'BBB-' 상태다.
/김민지·백아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