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가 고급 생선은 아니다. 이미지 역시 썩 곱지만은 않다. 밴댕이 소갈머리라고 하면 속 좁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밴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뉴월 밴댕이는 변변치 못하지만 때를 잘 만났다는 말로 평소에는 작고 볼품없는 생선이지만 오뉴월에 만큼은 산해진미보다도 맛있다는 소리다. 여기서 5-6월은 음력이니까 바로 요즘이 제철이다.
도대체 누가 밴댕이를 보고 산해진미보다 낫다는 소리를 했을까? 증보산림경제에 나오는 말로 오뉴월 밴댕이는 구이도 좋고 국을 끓여도 맛있지만 회로 먹으면 시어(?魚)보다도 낫다고 했다. 시어는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여덟 가지 산해진미에 포함됐던 생선이다. 지금은 멸종 됐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할 정도로 맛있는 청어목 준치과에 속하는데다 팔진미에 속했으니 맛이 기가 막혔을 것이다. 이런 시어보다 더 맛있는 것이 오뉴월 밴댕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맛있기에 오뉴월 밴댕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기본적으로 제철 밴댕이는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살이 통통하게 오르기도 하지만 가을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겨울철 찬바람에 입맛 돌게 만드는 과메기 재료인 청어와 함께 밴댕이도 청어목 청어과 물고기이니 일단 기름지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그러니 구우면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회로 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데다 깻잎과 양배추 송송 썰어 넣고 초고추장에 빨갛게 회 무침으로 먹으면 입안이 상큼해진다.
문제는 졸지에 밥도둑으로 변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는 천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오죽하면 "밴댕이 먹다 갓끈 떨어진다"라는 속담까지 생겼을까.
옛날 어떤 사람이 밴댕이구이의 맛을 표현하는데 "기름기 잘잘 흐르는 밴댕이를 상추쌈에 올려놓고 쌈장 듬뿍 발라서 한입 크게 벌려서 입에 넣으면..."이라고 말하는데 이 말을 듣고 있던 선비가 따라서 입을 크게 벌렸다가 그만 갓끈이 끊어졌다는 것이다. 요즘 생선가게에 밴댕이가 많이 보인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