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5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이재원은 미국 플로리다가 아닌 괌으로 향하고 있었다. 손 부상 재활 때문이었다. 2년 연속 비슷한 부위에 찾아온 부상에 못내 아쉬움이 묻어나올 법했지만 이재원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뜸 "올해는 포수로도 꼭 인정을 받고 싶다. 포수 마스크를 써야 살아 숨을 쉬는 것 같다"며 씩 웃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실현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내 "이재원이 괌에서 엄청나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더라"는 소식이 들렸고 시즌이 시작하자 이재원은 '괴물'이 되어 있었다.
말 그대로 엄청난 활약이다. 3할만 쳐도 최정상급 타자로 인정을 받는 야구에서 꿈의 타율인 4할에 도전하고 있다. 5월까지만 해도 '곧 떨어지겠지'라는 시선이 강했지만 7월 16일까지 이재원의 타율은 0.394다. 여전히 4할 근처에서 맴돌고 있다.
맹활약 속에 입지도 탄탄해졌다. 정상호의 백업 요원, 혹은 대타 전문요원으로 인식됐지만 이제 이재원은 팀 내 부동의 4번 타자이자 주전 포수다. 2006년 지명 후 "류현진을 대신해 지명된 선수"라는 비아냥에 시달렸던 이재원은 왜 SK가 자신을 선택했는지를 완벽하게 증명하고 있다.
원래부터 타격에는 뛰어난 재질을 인정받았던 선수였다. 안정된 출전 기회가 보장되자 그 힘을 등에 업고 더 정교한 타격을 선보이고 있다. 몸쪽과 바깥쪽, 직구와 변화구, 그리고 타구 방향을 가리지 않는 이재원의 타격은 모든 야구 관계자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제 규정타석까지 방망이를 거꾸로 들고 쳐도 3할은 따놓은 양상이다. 여기에 이재원의 표정이 밝은 이유는 또 있다. 포수로서도 서서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지만 '4할 치는 포수'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중노동에 시달리는 포수 포지션이 힘들 법도 하지만 이재원이 항상 웃는 얼굴로 경기장에 들어서는 힘이다.
"포수로 인정받고 싶다"라는 이재원의 꿈이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다. SK가 대형 선수의 탄생을 목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