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술과 달리 와인은 품질 등급이 있다. 물론 위스키나 브랜디 등도 원액의 숙성 기간에 따라 나름대로의 등급기준은 존재한다. 일본의 전통주 사케의 경우 원료인 쌀을 얼마나 깎아내는가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와인 등급 기준은 전혀 다르다. 나라별로 각각 다르고 명칭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와인 등급을 매우 어려워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난해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복잡해도 단순히 생각하면 단순해지는 법. 큰 줄기를 이해하면 의외로 쉽다. 와인을 즐기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와인은 국가가 공인하는 등급과 와인을 생산하는 산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등급 두 가지로 나뉜다.
국가가 정한 와인 등급은 나라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독일 등 극소수 국가를 제외하면 대개 4단계 내외로 비슷하게 구분된다. 품질이 낮은 순서 대로 ▲식사 때마다 편하게 보리차처럼 마시는 테이블 와인 ▲넓은 범주의 지역 안에서 생산되는 지역 와인 ▲우수 품질로 지정된 와인 ▲국가가 최고급 품질로 인정하는 특정 산지 와인이다.
테이블 와인은 포도가 생산된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혼합해서 만든다. 양조에도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생산되는 막걸리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지역 와인은 그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로만 만든 와인이다. 고창 복분자주 등 지역 특산주를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정부가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3단계 등급부터다. 우수 품질로 지정된 와인은 좋은 와인이 생산되는 특정 지역에 주어진다.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 품종과 재배법, 핵타르 당 최대 수확량 등 여러 가지 제한이 가해진다.
최 상위의 원산지 와인은 우수품질 지정와인보다 규제가 훨씬 엄격하다. 지켜야 할 기준이 더 높다. 프랑스의 AOC, 이탈리아의 DOCG, 스페인의 DOCa 등이 이 등급의 와인이다. 용어에서 보듯 공통적으로 알파벳 O가 들어가는데 O는 영어 Origine의 약자로서 그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품질이 우수할 수록 지역의 범위는 좁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