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가 국내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시공능력평가 발표가 있었다.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제도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건설공사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해 매년 공시(7월 말)하는 제도로서, 조달청의 등급별 유자격자명부제도(시공능력에 따라 등급을 구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 및 중소업체 보호를 위한 도급하한제도 등의 근거 등으로 활용되는 중요한 지표다.
시공능력은 토목건축(토건), 산업설비, 조경 등 분야별 순위를 따로 발표하지만 일반적으로 토목건축 분야가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대표하다 보니 특히 대형 건설사들로선 매년 정부 발표 때마다 많은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시평 결과, 토건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개척에 공을 들인 삼성물산이 해외공사 실적이 크게 증가해 13조 1208억원을 기록하며 9년 만에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토건 분야에서 최근 5년간 1위를 지켜온 현대건설은 12조 5666억원으로 2위를 기록하며 한 단계 하락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산업환경설비공사업 분야에서 사상 첫 '10조원'을 돌파하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토건분야 1, 2위였던 두 대형 건설사의 자리가 올해 뒤바뀐 것이 업계의 주목을 끌었음은 자명하다.
삼성엔지니어링 또한 마찬가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산업환경설비공사업 분야에선 6위에서 5위로 한단계 상승했으나, 주택건설과 분양사업도 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달리 해외 플랜트 사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어 토목건축공사업 분야에선 11위에서 29위로 추락했다. 물론 최근 몇 년간 해외에서 저가에 수주한 여러 플랜트 사업들로 인해영업 손실을 기록한 것이 가장 큰 순위 하락 요인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토건으로 대변되는 지금의 건설사 순위 매김 방식과 시공능력평가 방법을 새롭게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최근 국내 사업에서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은 계속해서 해외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몇몇 건설사들은 국내 사업 비중보다 해외 사업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토건 위주의 건설사 순위 매김은 수긍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특히 평가 방법에 있어서 모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의 수행능력과 기술능력 등을 평가하는 시공능력평가 항목에 경영평가 비중이 23~27%나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무슨 근거로 이러한 항목과 산출방법을 적용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며,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에서도 시공능력평가에 대한 업계의 반응에 대해 일면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시평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 등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달라진 기준의 시공능력평가가 적용된 건설사들의 순위 발표가 나올 수 있을지 건설 및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